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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개척시대] 집집마다 인공지능

AI ‘더 크게’에서 ‘더 편하게’로
가정·회사에 자체 AI 구축 주목
사생활·영업비밀 보호 필수적
저전력·경량화 달성 여부 관건

우리 집에는 인공지능이 몇 개나 있을까.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인공지능 스피커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이젠 잘 쓰지 않게 되었다. 얼마 전 장만한 로봇 청소기도 있다. 그러나 청소하다 장애물에 걸려 멈춰 선 모습을 보면 과연 인공지능이 들어 있는지 의문스럽다.
 
찬찬히 더 살펴보니 몇몇 가전제품에 ‘인공지능’이라 적혀 있다. 하지만 매번 쓰는 버튼만 누를 뿐 그럴듯한 인공지능 기능은 써 본 적이 없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다.
 
‘진짜’ 인공지능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현재 대규모 인공지능은 대부분 거대 IT 기업이 구축한 데이터센터에서 구동되고 있다. 강력한 성능을 가진 연산장치들이 빽빽이 들어찬 곳이다. 언론 기사로 접하는 놀라운 성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실행하려면 여전히 값비싼 장치가 여럿 필요하다. 일반 회사나 가정에 설치하기는 아직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강력한 인공지능을 쓰려면 인터넷에 접속해야 한다. 내 요청을 인터넷으로 전달하면, 데이터센터의 인공지능이 계산한 다음 다시 인터넷을 거쳐 답변이 돌아온다. 물론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다면 손쉽게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다. 딱히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데이터센터 내 인공지능 성능이 개선되면 별다른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곧바로 나아진 성능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는 근본적인 난점이 있다. 이용자의 정보를 인공지능 운영 회사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라면 기밀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생긴다. 챗GPT와 같은 외부 인공지능 서비스의 사용을 금지한 회사도 적지 않다.
 
가정에서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 위험이 있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편하게 하려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언제 집에 돌아와 무엇을 하는지, 집에 누가 언제 방문했는지 등에 관한 정보 등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편리하다고 한들 이 모든 사생활 정보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인공지능에 선뜻 전달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몇 해 전 국내 아파트에 설치된 실내 카메라 장치가 해킹되어 촬영 영상이 유출된 사례가 있었다. 누군가 우리 집 실내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니 소름 끼치는 일이다. 인공지능에 카메라가 달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감이 들 수 있다.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려면 인공지능이 우리 정보를 잘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용자 정보 보호는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꼭 있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처리에 필요한 이용자 정보를 인터넷으로 전달하지 않고, 회사나 가정 내부에서만 처리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회사에서는 자체 전산실에 인공지능을 설치·활용하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을 ‘온프레미스(on-premise)’라고 한다.
 
가정용 인공지능에도 마찬가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집안이나 제품 자체에 독립된 인공지능을 두어 인공지능이 수집한 사생활 정보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민감한 정보는 따로 저장해 두지도 않아야 한다.
 
이런 방식은 비용과 성능 문제가 따른다. 아직 고성능 인공지능을 실행하는 연산 장치는 매우 비싸고, 상당한 전력을 소비한다. 회사나 가정에 자체 인공지능을 구축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값싼 장치에서도 잘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경량화 기술이 필요하다.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 음성비서가 좋은 예다. 종전에는 음성을 인식하려면 그 신호를 인터넷으로 전송해서 인공지능이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인공지능 전용칩을 이용하여 곧바로 음성을 인식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좋은 소식도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훨씬 더 작게 만들더라도 회사나 가정에서 꼭 필요한 몇몇 작업은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인공지능 개발 경쟁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껏 누가 더 크고 더 강력한 인공지능을 만드는지를 두고 경쟁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누가 더 저렴하고 전력을 덜 소모하면서도, 꼭 필요한 작업에서는 괜찮은 성능을 낼 수 있을지를 두고 경쟁할 것이다.
 
이와 같은 발전이 이루어져야 인공지능이 진정으로 일상에 널리 보급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집안일을 돕는 인공지능 로봇이 카메라로 집 내부를 관찰하더라도 불안하지 않고, 인공지능이 주어진 작업을 솜씨 좋게 해내는 날을 상상해본다. 이러한 변화는 인공지능이 이용자 정보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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