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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교황님의 ‘목걸이’

성 비오 10세 교황은 생전에 전임 교황으로부터 물려받은 값비싼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계셨다고 한다.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교황 좌 상징 목걸이였다. 그리스도와 순교자의 피의 상징인 교황의 빨간색 가죽신과 함께 교황의 상징으로 전수되어온 교황 좌의 전통(패션)이었다.                          
 
1903년 257대 교황으로 선출된 비오 10세는 원래 성인소리를 들을 만큼 뛰어난 영성과 심령이 선하고 겸손한 성품의 소유자로 유명했다. 그런 만큼 사람 중에는 왜 그런 교황이 주인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가난하게 살지 않고 저런 값비싼 보석 십자가를 걸고 계실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비오 10세 교황 서거 후 그 보석 목걸이를 감정해보니 놀랍게도 그게 모조 보석 목걸이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비오 10세 교황은 생전 아무도 모르게 비싼 보석 십자가 목걸이를 팔아 가난한 이들과 고아를 돕는데 기부하셨다는 것이다. 교황이 된 후 비밀리에 보석상에게 부탁해 값비싼 목거리를 팔고, 대신 똑같은 모조품을 제작해 목에 걸고 다녔음이 보석상의 입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비오 10세 교황의 이런 일화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처럼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매도하기까지 하는 일이 흔한 상황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그런데 그로부터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13년 3월 13일,  이제는 아예 모조 보석 십자가 목걸이마저 거부한 교황이 탄생했다. 그분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lio) 라는 본명을 지닌 266대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건강상 이유로 갑자기 사임함에 따라 선출된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식 때부터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사용되어온 모조 보석 황금 십자가의 교황 목걸이를 거부하고, 자신이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보좌주교로 임명됐을 때부터 사용해온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교황 좌 목걸이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교황권의 상징인 ‘어부의 반지’ 조차도 지금까지 사용해온 순금 대신 도금한 은반지로 교체했다.    
 
로마의 귀금속 세공업자인 파올로 피시오티는 “교황께서 금 등 귀한 보석을 포기한 것은 종교적 권위보다는 겸손과 가난함을 사랑하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교황의 붉은색 전통 가죽 신발마저 거부하고 콘클라베 참석차 로마로 떠날 때는 자신의 구멍 난 신발을 보고 친구가 사줬다는 검은색 구두를 계속 고집한 것을 보면 그분이 왜 ‘빈자의 대부’라 불린지 짐작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겸손하고 가난한 영성과 삶은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자신의 교황 명으로 선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성서의 말씀대로 이 세상은 ‘인간과 악령’의 싸움터다. 원래 마귀와 사탄은 하늘에 사는 천사중 인간을 사랑하는 하느님의 계획을 알고 인간을 시기한 나머지 교만해져서 하느님께 반역을 일으켜 쫓겨난 악령들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인간을 파멸시켜 영원한 지옥 불에 떨어뜨리려는 일념으로 인간에게 죽기 살기의 영적 싸움을 걸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인간 눈으로 볼 수 없는 힘센 영적존재이기에  ‘적을 알고 싸워야 백전백승’인 병법의 원리로 보면 인간이 여간 불리한 게 아니다. 다행히도 하느님께 반역한 사탄과는 달리, 인간인 라자렛의 16세 동정 ‘마리아’가 율법의 돌에 맞아 죽을 것을 각오하고 ‘저는 하느님의 종이 오니, 당신 뜻대로 이루어 주소서’ 하느님께 순명한 겸손 때문에 성령의 힘으로 인간이 되어 이 땅에 오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귀와의 싸움에서 인간을 구원해 내신 것이다. 그래서 겸손은 마귀와 대적하는 영적 싸움에서 인간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라는 생각이다.
 
마지막 때가 가까워질수록 먹이를 찾아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악령과 사탄이 발악하는 이 시대에, 낮은 데로 마음을 두는 교황님들의 가난한 심령이 그래서 나는 더욱 좋다.

김재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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