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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휴전 협정 직전 북한군의 기습 공격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별이 총총히 빛나는 인천의 밤하늘이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 며칠 전이었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와 서쪽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월미도 쪽에서 휴전 결사반대를 외치는 고함이 들려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비행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렸다. 인천 시내 상공을 한 바퀴 맴도는 소리가 돌리더니, 내가 일하던 미군 유류 저장소가 있는 송도 쪽으로 사라졌다.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불길이 솟아올랐다. 드럼통이 폭발하면서 거대한 불꽃놀이를 방불케 했다. 북한군이 인천 유류 저장소를 공습한 것이었다. 야적(野積)되었던 중유 500만 갤런이 불타버렸다.  
 
휴전이 임박하여 곧 전투가 끝날 것이라고 모두 긴장을 풀고 있었다. 북한군 비행기는 서해를 저공으로 날아와 유류 저장소에 소이탄을 투하했다. 비행기가 사라진 다음, 유류 저장소를 에워싸고 있던 수십 개의 대공포가 불을 뿜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다음 날 밤에도 대공포 소리에 인천 시민들은 잠을 설쳤다. 휴전 조인 바로 전 유엔군은 뜻밖의 한 방을 맞은 셈이다.    
 
나는 다음 날 아침 출근했다. 야적장이 난장판이었다. 터지고 찢어진 드럼통이 뒹굴고, 기름불에 탄 땅은 진흙밭이 되었다. 이 피습 사건 후로 송도와 문학산 기슭에 대형 유류 탱크 20여 개를 설치했다. 이 유류 탱크 청소 작업의 안전 관리가 나의 책임이었다. 주기적으로 청소하려면 탱크를 비우고 물로 몇 번 세척한 다음, 세척 팀은 핸들이 달린 공기 박스에 연결된 잠수복 같은 옷을 입고 들어가서 청소했다.  
 


탱크가 설치된 야산의 풀을 제거하기 위해 산양을 방목했다. 하루는 청소할 탱크를 조사하기 위해 앞문으로 들여다보니 산양이 죽어있었다. 탱크를 물로 청소해도 가스가 남아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빈 기름통이 채운 기름통보다 더 위험하다(Empty fuel containers are more dangerous than full ones) ’라는 말이 있다.
 
 유류 탱크 오작동으로 기름이 민가로 흘러내려 간 일도 있었다. 펑 하며 불이 났다. 소방차가 올라갈 수 없는 언덕이라 그 탱크의 유류가 모두 연소할 때까지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휴전 직전 북한군의 인천 유류저장소 폭격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다. 우리는 북한군이 기습의 명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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