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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말 좀 하고 살고 싶다

온종일 다른 사람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날 때가 있다. 아침 창문을 열면 기다렸다는 듯 ‘짹짹’ 참새 소리는 나는데 두리번거려 봐도 새는 보이지 않는다.  자기만의 공간을 즐기다가 인기척이 나니, 이젠 떠나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새나, 사람이나 때가 되면 홀로 남겨지게 마련이다.  그 얄궂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친지·지인들과 왕래가 끊겼던 시절, 누군가의 전화라도 오면 마음에 쌓이고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나눈 적이 없지 않다.  
 
어제는 교도소 예배시간에 교도관이 독방 수감자를  내 앞에 앉혀 두고 갔다. 나와 그는 서로를 소개하고 준비한 성경 말씀을 나누는 중, 루스벨트 전 대통령 부인인 엘리나 루스벨트 여사가 말한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며, 오늘은 선물입니다”라는 구절을 그와 나누고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나는 웃으며 그 형제에게 “지금 당신이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고 했더니  “말 좀 하고 살고 싶다”는 그의 답이 돌아왔다.  
 


교도소의 독방은 철문 가운데 있는 작은 문으로 식사와 편지 정도만 전달되고 교도관이 수시로 점검하는 외에는 늘 문이 잠겨 있다.  
 
얼마나 사람이 그립고, 목소리가 그립고, 채취가 아쉬울까? 그는 말을 이어갔다. “어젯밤 베개에서 엄마 냄새를 맡고 잠을 깼고, 그 후 밤이 새도록 울었다. 엄마가 활짝 웃으시며 무엇인가 말을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자기를 용서하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백인 특유의 굵은 소리로 크게 웃는데 눈물이 그의 양쪽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후에도 그는 이런저런 말들을 했다. 50대로 보이는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함 없이 살았던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눈에서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 재소자의 시선이 내 가슴에 와 닿는다. 시간이 지나, 그는 다시 수갑을 찬 채 독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수갑이 채워진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내게 “당신이 교도소 사역을 오래 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당신의 이름을 내 기도 목록에 적어 놓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하나님은 다 들으시고 아신다는 말이 위로가 되었다.  
 
나 혼자 빈방에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를 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누구나 말 같은 말 좀 하고 살고 싶겠지.    

변성수 / 교도소 사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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