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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지구야 아프지 마

홋카이도에 이런 폭염은 처음이라 했다. 그날 저녁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스트 하우스의 에어컨을 처음 튼다. 리모컨이 어디 있는지 간신히 찾아 에어컨을 틀려고 하니, 산 지 너무 오래 돼 배터리를 새로 갈아야 했다. 이 무더위 속에 삿포로에 입성했던 지난 8월 말.  
 
신 치토세 공항에서 셔틀을 타고 미쯔이 아웃렛에 도착하니, 작년 알게 된 일본인 친구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그녀의 한국인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가까운 우동·튀김 가게로 갔다. 면과 튀김을 골라 우동 그릇을 수도꼭지 같은 곳에 대니 국물이 나온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어디 시원한 곳을 갈 줄 알았다. 그런데 도착한 곳은 온천. 아, 이것이 바로 이열치열? 그래도 이 얼떨결 노천욕이 몸을 풀어주며 일본에 온 실감이 난다. 이 지역 명물이라는 카레를 사 들고 게스트 하우스로 왔다.  
 
다음 날부터 시작된 북해도 일정은 완전 폭염과의 전쟁이었다. 겨우 두 주전 캐나다 로키 빙하 필드에서 추위에 떨던 기억이 아직도 새로운데! 이곳에서는 전날 한 여학생이 열기로 운동장에서 쓰러져 사망했다고 하고, 우리가 본격적 여행을 시작한 다음 날은 삿포로 학교들이 휴교까지 했다. 가게에서는 에어컨이 동났다. 90도를 넘는 폭염 속, 그 아름답다는 비에이와후라노 지역 관광은 그저 내게는 극기 훈련일 뿐이었다.  
 
놀랐던 것은, 어디 가나 에어컨이 별로 없는 것에 힘들어하는 우리에 비해, 여기 사람들은 당연한 듯 더위를 이기고 있는 것이었다. 북해도에 와서 더워 죽을 지경이라고 아우성을 치는 내게 소식이 들려온다. 시카고가 100도의 폭염이고, 지금 한창 겨울인 볼리비아도 사상 초유 110도의 열기라는. 정말 세계가 더위로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저녁, 비로소 온도가 좀 내려가며 시원한 바람이 불기를 시작한다. 아, 정말 야속한 폭염이다. 그 아름답다는 홋카이도, 겨울에 꼭 한 번 다시 오리라 결심을 해본다.  
 


9월 초 돌아온 서울에서도 폭염은 계속 진행 중이다. 엊그저께 개학을 맞은 뉴욕·뉴저지에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소식이다. 환경 문제다. 이제라도 열병을 앓는 지구를 위해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그동안은 한국 가면 호텔이나 에어비앤비에 있었는데 이번엔 아는 언니의 목동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 언니가 외출할 때마다 반드시 가지고 나가는 것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다. 아파트 주차장 옆 수거함에 가서 카드를 대면 뚜껑이 싹 열린다. 음식물 쓰레기 무게가 측정되고 이것은 아파트 관리비에 반영된다고 한다. 와, 나도 모르게 음식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된다. 과일도 껍질째 먹고 개인적인 일회용품, 전혀 안 쓴다. 음식은 먹을 만큼만 꺼내 싹싹 먹는다.  
 
미국에서 별 생각 없이 버리던 많은 쓰레기 분량이 생각난다. 먹다가 싫어지면 버리고, 쓰다가 싫어지면 버리고, 설거지 하기 싫다고 애용하던 일회용 물품들, 지구에 많이 미안해진 이번 여름이었다.  
 
일본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 방류가 시작되었다. 일본에 사는 그들조차도 이제부터 생선을 어떻게 먹나 걱정들을 하고 있다. 한국 뉴스에는 연일 오염수 반대 시위들이 보이고 해산물을 안 먹겠다, 먹어도 된다 논쟁이 한창이다. 오염수도 큰일이지만, 극도로 치닫고 있는 기후의 변화도 최선을 다해 막아야겠다는 것을, 땀 흘리며 체험 중인 여름의 끝자락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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