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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IL 현금 보석금제 폐지를 앞두고

박춘호

박춘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리노이 주의 현금 보석금제 폐지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당초 일리노이 정부는 1월 1일부터 이를 폐지할 계획이었다. 주의회의 법안 통과와 주지사의 서명까지 마쳤지만 시행을 며칠 앞두고 주 대법원에 위헌 소송이 제기됐고 법원이 심리를 마칠 때까지 시행을 중단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적용이 미뤄져 왔다. 최근에야 주 대법원이 합헌이라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현금 보석금제도가 전면 폐지된다.
 
현금 보석금 제도의 폐지를 앞두고 반대론자들은 이를 시행할 경우 범죄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무법 천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묘사한 선거 캠페인 자료가 유권자들 집으로 배달되면서 주민들을 동요시키기도 했다.  
 
보석금 제도의 취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재판을 받는 동안 불구속 상태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부유층의 경우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보석금만 지급하면 구속을 면할 수 있고 재판 결과 역시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면서 무죄를 받거나 형량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저소득층의 경우 보석금을 부담할 수 없어 구속 상태를 면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보석금제 폐지를 통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리노이의 현금 보석금제 폐지는 이러한 요소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뒀다. 보석금제 폐지로 재판은 불구속 상태에서 받는 것이 원칙이 됐지만 예외도 물론 있다. 피의자가 도주 우려가 있거나 공공 안전에 큰 위협이 되는 경우 등은 판사의 재량에 따라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부에서의 우려와 같이 범죄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공공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는 경우를 막을 수 있는 장치인 셈이다. 물론 세부 규정 마련을 통해 어떤 범죄가 공공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등은 차차 결정돼야 한다.  
 


우선 살인과 강간 등의 강력범이 이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범의 경우가 보석금제 폐지로 인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정폭력범의 경우 다른 중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소지가 높다. 예전 같았으면 현금 보석금을 내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겠지만 18일 이후로는 판사의 결정에 따라 구속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보석금제 폐지로 재판의 진행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전까지는 보석금 책정 심리는 본재판에 앞서 약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즉 피의자측에서는 최대한 불구속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보석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에 많은 준비를 할 것이 확실하고 이렇게 되면 법원 업무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시일이 걸리게 되면 법원 업무 가중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쿡카운티나 레이크 카운티와 같은 대형 지방 법원은 사정이 낫지만 소규모 지방 법원의 경우 인력 부족이나 심리 지연과 같은 결과가 보석금제 폐지와 맞물려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큰 이견 없이 예상하는 보석금제 폐지 후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수감자 숫자의 감소다. 현재 일리노이에는 약 20만명의 재소자가 교정 시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 숫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재소자가 줄어들면 교정 당국의 부담 역시 줄어들게 되고 이를 통해 수감자들에 대한 시설이 나이지고 교정 환경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노이 일부 교정 시설의 경우 많이 노후됐고 교정국 직원들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고령이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수감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재소자들에 대해서는 조기 석방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석금제 폐지는 수감자 감소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게 된다.
 
일리노이주는 현금 보석금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첫번째 주다. 앞으로의 시행 결과에 다른 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다. 시카고는 강력범죄가 만연하다는 이미지가 아직 강하다. 올해 들어 강력 사건 발생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진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현금 보석금제 폐지와 같은 큰 개혁 정책이 실현되면서 공공 안전에도 큰 영향이 예상된다. 
 
다행히 쿡 카운티의 통계 결과는 긍정적인 측면을 비추고 있다. 쿡 카운티는 수년전부터 현금 보석금 시행을 보다 엄격하게 하는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공공 안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를 통해 일리노이 전역으로 보석금제 폐지를 확대했을 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일각에서는 보석금제 폐지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관련된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즉 제도 자체는 합헌 결과가 나왔지만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판례를 통해 세부적인 사항은 더욱 견고하게 다듬어질 것이다. 일리노이 주가 전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이 제도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주목된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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