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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캐나다 속 프랑스, 몬트리올과 퀘벡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엘더 호스텔(Elder Hostel)을 경영하던 한 사업가가  방학 때 텅 빈 대학 기숙사를 보며 기발한 사업 구상을 했다. 은퇴자들을 위한 대학 강의 프로그램이었다. 방학 때 비는 대학교 기숙사를 숙소로 사용하고 유명한 대학교수들의 인류학, 정치학 등의 강의를 듣게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1975년에 ‘로드 스콜라(Road Scholar)’ 란 이름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제,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는 배움의 터전이 됐다. 여기에 ‘조부모와 손주가 같이 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추가해 세대를 뛰어넘는 즐거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 열세살 손녀와 함께 이 프로그램에서 주최한 ‘프렌치 캐나다, 몬트리올&퀘벡(French Canada, Montreal &  Quebec)’에 참여해 많은 것을 배웠다.  
 
지난 1649년 270여명의 프랑스인이 이 지역에 도착했다. 처음 그들은 ‘원주민’의 존재를 몰랐었다. 이후 프랑스인들은 동물 가죽 교역을 위해 5대호를 시작으로 물길을 따라 미시시피 강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이번 일정에서 필자가 감동한 것은 비록 지금은 캐나다가 영연방 국가가 됐지만 프랑스인 후손들의 프랑스에 대한 애정이다. 이들은 완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자신들의 예술성과 반짝이는 창의성으로 세계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게 아닌가! 캐나다 출신 유명 여가수 셀린 디옹도 이곳 출신이고, ‘태양의 서커스(Circuit du Soleil)’ 본사도 몬트리올에 있다.    
 


17세기 자신의 조상들이 입었었다는 긴치마와 애프론을 입고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도 인상적이었다.    
 
퀘백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몽모랑시(Montmorency) 폭포는 높이가 275 피트에 달한다. 가이드는 폭포 아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이 프랑스군이 영국군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첫번째 장소랍니다. 붉은색 군복을 입은 영국군이 저 밑에서 전투 준비를 하는 동안, 위쪽에 있던 프랑스군들은 ‘웬 빨간 점들이 저 낭떠러지 아래에 있지?’ 라며 멍청하게 있다가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 날 퀘벡 시의 관광코스로 향하다 잔디가 아름답게 깔린 공원 앞에 멈췄다.  
 
가이드는 “이곳이 ‘에이브러햄의 평원( Plains of Abraham)’이라고 불리우는 곳”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군이 마지막 패배한 곳이라고 했다. 1759년 9월 13일, 이 평원의 아래쪽 낭떠러지를 밤새 기어 올라온 영국군에 의해서 프랑스군은 전투 개시 17분 만에 패했고, 그 다음해에  이 지역은 영국령 캐나다로 선포되었다고 한다. 에이브러햄은 과거 이 지역에 살던 어부 이름이라고 한다. 가이드는 “당시 프랑스군 사령관이 전투 개시 4분 만에 전사했다”고 알려줬다.  내가 읽었던 역사책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 약 190여 년간 인디언들과 함께 살았던 프랑스 후손들은 당시 세계 최강의 영국군에 맞섰다 패배했다.  
 
그런데 프랑스계인 가이드는 왜 조상들이 패배한 역사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일까? 프랑스어로 된 자신들의 고유 음악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루스벨트 대통령과 처칠 수상이 ‘디데이’를 결정했었다는 객실 611개 규모 호텔 방의 초록색 불빛을 24시간  밝혀두고 있는 그들이다. 한심하게(?) 패배한 역사를 후세에게 강조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는 의도일까?  
 
아니면 비록 전쟁에 패해 영연방국인 캐나다의 일부로 남아서 살지만,  자신들의 예술 정신과, 프랑스적인 모든 것을 그대로 지켜나가겠다는 민족적 우월감의 표시일까? 정답을 모르는 이런 생각을 하며, 손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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