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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슨 추종자는 석방, 30년 복역 한인 왜 안 되나

일리노이 한인들, 앤드루 서 사면 운동
모범수 생활에 사면 가능한 법도 시행
주지사 결단만 있으면 새로운 삶 기회

앤드루 서

앤드루 서

한인사회의 이목이 지금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책상에 쏠리고 있다. 책상에 놓여 있는 한인 장기수의 특별 사면 청원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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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서(49·한국명 승모)씨는 19살 때(1993년) 누나의 동거남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100년형을 선고받고 30년째 복역 중인 인물이다.

일리노이주 수감자 위원회(IPRB)가 서씨의 사면 청원서를 심의해 주지사에게 보낸 건 지난 4월이다. 그렇게 보내진 청원서가 지금 수개월째 주지사 책상에서 계류중인 셈이다.

 
그동안 서씨에 대한 사면 청원 운동은 한인 교인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교회는 한인 이민 사회의 한 축이다. 그만큼 과거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데 있어 신앙과 한인사회의 응원이 서씨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일리노이 윌링 지역의 그레이스한인장로교회의 교인들이 서씨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교인 김성민씨는 “2006년부터 알고 지냈는데 서씨는 석방 승인이 나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계획이 있다”며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닌 지역 사회의 변화를 위해 일하겠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서씨의 사면 요청이 이번에는 꼭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씨에 대한 사면 청원은 이번이 네 번째 시도다. 지난 2002년, 2017년, 2020년에도 청원서가 잇따라 제출됐다. 그때마다 프리츠커 주지사를 비롯한 전임자들(조지 라이언, 브루스 라우너)은 서씨의 청원을 외면했다. 프리츠커 주지사가 서씨의 사면 청원서를 집어 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씨는 판결상 본래 2032년까지 가석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한 청원서는 일리노이주에서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새로운 법(PA 102-1128)이 법리적 근거로 작용한다.  
 
이 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례로 2019년 6월 이후 21세 미만이 1급 살인으로 형량을 받았을 경우 20년 후에 가석방 자격을 얻는다는 세부 내용도 담겨있다.
 
서씨의 수감 생활은 그야말로 모범적이었다. 교도소 내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공인 안경사 및 교사 자격증을 얻어 재소자를 가르치고 연로한 한인 수감자들을 돌보고 있다. 교도소 내 소식지를 제작하고 청소년 수감자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 가주에서도 서씨의 사례와 간접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레슬리 휴튼

레슬리 휴튼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의 추종자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던 레슬리 밴 휴튼(73)이 53년 만에 감옥에서 풀려난 사건이다.
 
휴튼은 당시 살인 클럽인 ‘맨슨패밀리’에서 사이비 교주와 같았던 맨슨의 사주를 받고 한 부부를 무참히 살해했던 여성이다. LA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엽기적인 살인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 사주에 의한 범행이란 면에서 앤드류 서와 비슷하다. 
 
휴튼 역시 모범수였다. 지난 1981년 한 여성 수감자와 가벼운 언쟁을 벌여 서면 경고를 받은 것 외에는 징계 기록이 깨끗했다. 휴튼 역시 회심하고 이후 인문학 석사 학위를 받아 교도소 내에서 교사로 활동했다.  

 
그런 휴튼도 처음에는 사면 청원을 계속 거부당했다. 2016년부터 청원서를 제출한 것만 총 다섯 번이다. 심지어 가주교정국 산하 가석방위원회조차 휴튼을 두고 “가석방 조건에 적합하고 석방되더라도 사회에 전혀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뉴섬 주지사를 비롯한 전임인 제리 브라운 주지사도 부정적인 여론 탓에 사면을 허용하지 않았다.
 
형사법 전문 데이비드 백 변호사는 “서씨의 경우를 보면 일리노이의 가석방 규정이 가주와 비슷한 것 같다”며 “가주는 살인 등 흉악범의 경우 가석방 조건에 부합하고 가석방위원회가 문제가 없다고 권고하더라도 주지사에게는 가석방 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법원이 나섰다. 가주항소법원이 지난 5월 휴튼의 수감 기록 등을 검토, 가석방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주지사도 더는 휴튼의 사면 청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한인들은 계속 서씨의 사면을 요청하고 있다. 일리노이주 교정 당국은 물론이고 지역 정치인들도 사면을 지지하고 있다. 맨슨 추종자도 석방되는데 서씨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한인들이 많다. 
 
사면이 승인된다면 서씨는 즉시 두 번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 기회는 지금 주지사 책상에 놓여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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