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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협치 리더십’ 못 보인 디샌티스

‘10월의 이변(October Surprise)’.
 
4년 주기로 11월에 치르는 미국 대선에서 선거전 막판 돌발 변수가 승패를 가를 때 쓰는 말이다.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과 민주당의 조지 맥거번이 겨룬 1972년 대선 당시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이 ‘베트남전쟁 종전설’을 주장해 닉슨 압승에 기여한 것을 계기로 생겨났다.
 
최근 사례로는 2012년 대선 직전이었던 10월에 발생한 허리케인 샌디가 꼽힌다. 샌디가 미 동북부 일대를 할퀴어 1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았을 때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 밋 롬니가 보인 대처 방식은 사뭇 달랐다.
 
오바마는 위스콘신·오하이오 등 핵심 경합지 유세를 포기하고 피해가 집중된 뉴저지를 찾았다. 밋 롬니의 거센 추격에 지지율 역전 위기에 몰렸을 때였다. 그러나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여러분이 일어설 때까지 잊지 않고 돕겠다”며 복구를 독려하는 모습은 큰 울림을 줬다. 대형 재난재해 앞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국가총사령관 이미지가 부각됐다. 반면 밋 롬니는 최대 승부처인 오하이오주를 방문하는 승부수를 택했지만 반은 유세, 반은 수재민 돕기 캠페인을 벌이는 ‘어정쩡 이벤트’로 유권자 주목을 끄는 데 실패했다.
 
그해 11월 6일 투표 결과는? 다 아는 대로 오바마의 낙승이었다. 모든 것을 허리케인 영향으로 돌리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선거 직전 “오바마가 허리케인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가 약 80%에 달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이 국가적 위기 대처 능력을 지도자 선택의 중요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11년 전의 허리케인 샌디를 소환한 것은 지난 2일 허리케인 이달리아 피해를 본 플로리다주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했지만 공화당 대선주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만남이 불발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대통령이 재난 지역을 찾으면 당이 달라도 주지사가 현장에 나와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관례다. 디샌티스 측은 ‘구호작업 지장’을 이유로 들었지만, 공화당 경선을 의식해 일부러 피했다는 분석이 많다. 디샌티스는 지난해 허리케인 이언으로 바이든이 플로리다를 방문했을 때는 그를 맞았다.
 
디샌티스로선 바이든을 대면하지 않는 게 공화당원을 대상으로 치르는 경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선은 길고도 긴 싸움이다. 대형 재난 앞에서 당장의 득표 전략 때문에 ‘협치의 리더십’을 포기한 그의 선택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김형구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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