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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아래서] 우리 손에 가득한 자랑들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를 여럿 작사한 호나티우스 보나에게 누군가 물었다.  
 
"하나님께 어떻게 갈 수 있나요?"
 
"형제여, 우리는 우리의 죄와 함께 하나님께 갑니다. 우리는 그 외에 진정 우리 것이라 부를 수 있는 다른 어떤 것도 없기 때문이지요."
 
참으로 그러하기에 교회는 겸손했다. 교회는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하나님을 섬길 수 있다고 말하기 전에 "주님, 우리는 빈손 들고 주님 앞에 갑니다"라고 고백했다. 오직 빈손만이 십자가를 붙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손에는 자랑이 가득하다. 선교를 시작하면 선교사 수가 자랑이고, 예배당을 세우면 교세와 건물이 자랑이다. 제자 훈련이 자랑이고, 성경 통독 횟수가 자랑이다. 시작은 창대하지만, 나중이 미약한 것이다.
 
교회가 세상 속에서 빛으로 살지 못하는 이유는 나누어 줄 사랑과 물질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부를 제외한 어느 단체보다 많은 예산을 세우고 사용할 것이다. 여전히 병원과 보육원, 전쟁터와 난민촌에는 어김없이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우리 문제는 우리 안에 있다.  
 
우리를 예수님의 제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우리뿐 아닌가. 세상이 우리를 보고 제자라고 하지 않고 우리끼리만 서로 성도이고 제자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놀라지 않는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우리는 미소 띤 얼굴과 괜찮은 교양으로 덮어버렸다.
 
사랑은 아무 일도 없어서 항상 좋은 것이 아니다. 다툼과 시기, 분쟁과 분노를 돌이켜 용서와 화해, 진실과 겸손으로 만드는 것이 사랑이다. 서로 죽고 못 사는 것이 다는 아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신다. 대개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잘해 주는 사람들, 괜찮은 사람들,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이야 당연하다. 교회는 속이 거북한 사람들, 하는 짓마다 얄미운 사람들, 말마다 속을 긁어대는 사람들과 함께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는 곳이다. 싸워야 할 몽둥이는 사랑의 땔감으로 쓰고, 찌르고 싶은 칼로 땅을 일구어 나무를 키운다. 하나님이 바로 이런 능력자이심을 증명하는 곳이다.
 
이 일을 하지 않으니, 회개도, 용서도 없고 평화도, 믿음도 없다. 우리는 여전히 의인끼리 재밌게 살고 싶다. '나는 부족하지만'이라고 덧붙이면서. 끝까지 잘나고 싶은 우리에게 주님은 험한 십자가를 붙들라고 하신다.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받은 고통은 바로 그의 몸이신 교회의 이기심이요 탐욕이며 눈물이다. 그 피 흘린 몸이 교회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ㆍ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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