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수익률과 경기 흐름] 주식 대비 채권 경쟁력 개선, 변동성 커 균형투자
채권 인플레 안정화·경기 기대감 덕에 오름세
국채 시장 수급불균형도 수익률 상승에 한 몫
상반된 경기 시그널 등 경제 불확실성 커 유의
과도한 낙관·비관 모두 지양, 위험 분산에 초점
▶수익률 상승 이유
그런데 지금 왜 국채수익률이 오르는 걸까. 여러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연준의 긴축 사이클과 무관하지 않지만 가장 최근의 채권수익률 상승세는 좀 더 직접적인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표면상으로는 연방 정부의 채무 상한선 문제가 해결되면서 채권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최근 연방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이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들 테마는 전반적으로 미 국채에 대한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나는 환경을 예고하는 셈이다. 국채값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올라가는 환경이다.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채권수익률 변동에 영향을 주는 주된 요인으로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을 들곤 한다.
예컨대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에선 채권수익률도 올라간다.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있는 만큼 채권의 실질가치는 떨어지고, 수익률은 올라가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된 상황인데도 채권수익률이 계속 올라간다면 이는 그만큼 성장 전망이 양호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의 국채수익률 상승 이유에 대해 경기 성장 전망이 양호해진 탓으로 풀이하는 관점이 있다. 불황 우려가 줄어든 것이 국채값 하락과 수익률 상승을 유도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신용강등으로 국채의 매력이 떨어지고 수급 불균형이 예상되는 환경이 이유일 수도 있지만, 경기의 기대 성장률이 양호한 탓이 더 주되게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점이다.
불황 우려가 적다는 것은 채권의 안전성이 주는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관련 데이터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을 가지는 해석이기도 하다.
▶인플레와 장기 채권수익률
장단기 채권수익률이 역전된 상태가 불황의 선행지수 역할을 해온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역전상황은 올해까지 계속 심화돼 왔다. 정상적인 경제환경에서는 장기 채권 이자가 더 높아야 하고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만기가 길기 때문에 원금 회수에 걸리는 기간이 길고, 그만큼 리스크가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황 우려가 있으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게 된다. 그리고 장기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에 묶어두고 싶은 수요가 올라간다. 반대로 단기수요는 줄어든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비해 빨리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결국 수익률 역전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단기 수익률이 장기 수익률보다 높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나타난 또 다른 현상은 장기 채권수익률의 상승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통상 오래 지속되지는 않지만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물가 안정화를 위해 공격적인 금리정책을 취하게 된다.
금리인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속 이자가 올라갈 것으로 보기 때문에 굳이 낮은 이자로 채권에 오래 묶어놓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장기 채권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수익률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게 된다.
▶의미는
지금 상황은 복잡하다. 서로 상충하는 흐름이 공존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채권수익률 역전은 장기 채권이 선호되는 환경을 예고하는 데, 최근의 채권수익률 흐름은 장기 채권이 기피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최근 불황 우려가 점차 불식되어 가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준이 결국 경기의 경착륙을 피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잡아냈다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금리인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고강도 금리인상 사이클에도 불구, 상당한 면역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가 확인될 때까지 최종 인상 수준 언저리에서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전반적으로는 아직 공격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식형 자산은 채권수익률이 올라가면서 수익에 대한 ‘멀티플(multiple)’이 줄어 들 수 있다. 최근 떨어지는 이유로 제시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지금의 채권수익률 상승이 긍정적인 경기전망에 기인한 것이라면 하락장 리스크는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황 우려가 다시 증폭되면 채권수요가 늘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채권수익률이 떨어져도 ‘멀티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될 것이다. 시장 하락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소비자와 실적
기업실적은 지난해 나왔던 우려들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후행지수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형 소매체인 관계자들은 소비시장이 여전히 튼튼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그런데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 연준의 남은 정책과 기존 정책의 지연된 효과가 어떤 소비지형을 만들지 미지수다.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은 둘 다 지양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각이 더 중요한 환경이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kenchoe@allmeri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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