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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자신의 잘못 앞에서 딱 한 마디 “Sorry”

내게는 누군가를 판단할 때 이 사람이 괜찮은 사람인지 별로인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 하나 있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 상대방에게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지다. 나는 아무리 평소에 친절하고 살갑게 구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명확한 잘못이나 실수 앞에서 뒤로 숨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결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의 잘못으로 벌어진 문제 앞에서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고 뒤로 숨는 사람들은 직장인 혹은 사회인 더 나아가 어른으로서의 기본 소양인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실수 앞에 인정은커녕 다짜고짜 화를 내거나 울며불며 징징대거나 묵묵부답으로 가만히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별다른 말 없이 조금씩 그 사람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것은 참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을 상대방에 대한 배려 자기 책임으로 잘못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잘잘못을 빨리 판단하고 그에 대한 행동을 취하는 순발력. 상대방의 화를 가라앉혀 상대방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성까지 그 사람의 인격적인 요소들을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모습을 통해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정말 강한 사람은 잘못했으면 자기 잘못을 곧바로 인정하고 그것을 수습한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숙이고 들어가면서도 결국에는 남을 위해 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한국 마켓에 가면 쇼핑 카트를 이용한다. 가끔 간장이나 된장, 김치 같은 것은 상당히 무겁다. 카트를 끌고 가다 보면 무거워 옆으로 비틀어지는 일도 생긴다. 카트에 물건을 가득 싣고 좁은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점원이 계산한다. 계산된 물건을 백에 담아 카트에 넣어주는 남미계 종업원이 있다. 무거운 카트를 끌고 나오면서 그 종업원 발을 다치는 사고 광경을 목격했다. 얼마나 아프겠는가. 무거운 물건을 실은 카트가 발을 쳤으니 아파서 아 소리를 내면서 쓰러지는 듯 움츠렸다. 그런데 그 손님은 아무 일 아닌 듯 그냥 카트를 끌고 가버렸다. 그 손님 뒤에 서 있던 내가 달려가 물었다. 그 종업원은 화를 내면서 여러 번 경험했지만 “Sorry”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내가 그 남미 종업원에게 매우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미국 사람들은 옷깃만 스쳐도 “Excuse me” 한다. “Sorry, Excuse me”를 입에 달고 산다. 우리는 왜 그 흔하고 쉬운 Sorry나 Excuse me를 말하지 않는가. 그 말을 하면 자존심이 상하는가 아니면 부끄러운가. 미국 사람들에게도 무뢰한 짓을 하고 그냥 모르는 척하며 지나가는지 몹시 궁금하다.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 때 그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누가 얼마만큼 잘못해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누가 사과를 해야 하고 누가 사과를 받아줘야 하는지 대강의 정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그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다만 섣부르게 참견했다가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 다들 쉬쉬하며 자기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런 긴장된 상황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을 주변 사람들은 결코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이미 자신의 잘못을 명확히 인지하고 기꺼이 사과까지 하는 사람에게 누가 구태여 무엇을 더 보태어 말할 수 있을까. 끝내 이기고 남의 위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당장의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고 기꺼이 상대에게 먼저 고개를 숙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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