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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한국 교정행정에도 정신과 진단 도입을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기에서 33세 조 모 씨가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은 조사 과정에서 “제 모든 게 예전부터 안 좋았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등 낮은 자존감을 보였다고 한다. 그가 소년 시절에만 14번이나 체포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보면 그는 잘못된 행동에서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가 끊임없는 문제 행동으로 인해 삶에 필요한 기본 능력을 배우지 못했다면 성인이 된 후의 삶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분노가 극에 이르면 술이나 마약에 취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문제를 외부의 잘못으로 생각해 남을 해치기도 한다. 또 무의식적인 경우가 많지만 타인에 의해 숨지는 방법을 찾는 부류도 있다.
 
참전 경험이 있는 정신과 의사 메닝거는 인간은 죽음에 대해 세 가지 욕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죽고 싶은 욕망이고 두 번째는 죽이고 싶은 욕망, 그리고 세 번째는 누구에게 죽임을 당하고 싶은 욕망이라는 것이다.
 
다시 살인자 조 모 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사건이 보도된 후 주위 분들의 생각을 물어봤다. 반응은 ‘인간말종( bad seed)’, ‘사이코패스’, ‘사회의 쓰레기’ 등 다양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인 나에게 이런 진단(?)은 별 의욕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과거력을 가진 사람 중에 미리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할 수 있는 케이스가 있다면 예방이 가능하니 말이다.
 


1920년대 미국 사회는 큰 진통을 겪고 있었다.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거리에 버려진 청소년이 넘쳐났고, 여성 행방 운동과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법들이 통과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청소년 법원 판사의 주장이 관심을 모았다. 이 판사는 범죄를 일으키는 청소년들은 극심한 가난과 부모의 무관심, 혹은 가정 파괴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니 이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보다 정신과적 치료를 받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이 판사는 법원 옆에 ‘청소년 정신과 치료 클리닉’을 세웠다. 형벌보다는 원인을 규명해 치료하는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미국 최초의 이 소아 정신과 치료소 이름은 판사의 이름을 붙였다. 그 후 주요 도시 의과 대학 내 정신과에 ‘소아 및 청소년 정신과’가 생겼다.
 
조 모 씨의 경우, 열네 번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누구라도 그의 의학적 또는 정신과적 감정을 의뢰했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진단은 주의산만 및 행동 항진증이다. 이는 부모나 조부모의 유전 인자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한국인의 13%에서 발견되는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한국 의료공단 자료에 따르면 진단과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치료를 받지 못한 90%는 문제아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신을 미워하고, 서툰 인간관계로 인해 직장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또 어린 나이에 발발하는 정서불안장애( 우울증이나 조울증)문제다. 청소년기의 우울 장애는 ‘가면우울증(masked depression)’ 이라는 말처럼 어른들의 증상과는 나타나는 모습이 딴판이다. 이들은 “지루하다”, 귀찮다“는 등의 말을 자주 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많이 먹고, 많이 자며 부모와 언쟁을 하려 든다. 이들은 전두엽의 성슥이 늦어서인지 자신의 감정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자신의 고민을 말로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해 감정이 앞서니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능 발달 정도나 주의산만증, 정서와 행동 조절 장애  등 몸과 마음의 문제를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면 진단이 가능했을 터이고, 치료에 합당한 도움을 받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끼? 그동안 한국 사회는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제 문제 청소년들도 관심을 갖고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한다. 그 길만이 이들의 범죄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교정 행정 개선을 위해 한국정부에 범죄자의 심리적·사회적·정신적 검사를 하고, 진단에 적합한 조기 치료를 권장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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