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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오 캐나다

4년째 인도하고 있는 나의 영어 북클럽(counselingsunflower@gmail.com)에서는 영어로 쓰인 심리학 계통의 책을 읽으며 영어 실력도 향상하고, 책을 통해 정신적 성숙을 도모하는 것 외에 한 가지 목표가 더 있다. 삶의 여정을 함께 하는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만나 영화도 보고, 미술관도 가고, 맛집 방문과 산책도 했었다. 올해부터는 힐링 여행으로, 1월 크루즈 여행과 7월 메인주 로드 트립에 이어 지난주 캐나다 로키에 다녀왔다.  
 
캐나다 로키 안에서 지낸 며칠은, 자연이 주는 힐링을 기대 이상 경험한 시간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만년설과 빙하를 왕관처럼 머리에 얹은 웅장한 암벽들, 그리고 그 아래 에메랄드빛 빙하호들은 감탄 그 자체였다. 그중에서도 로키의 다섯개의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인 레이크 루이스가 기억에 남는다. 빅토리아 여왕의 9남매 중 넷째 공주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 호수는, 빅토리아 여왕이 유독 몸이 약했던 루이스 공주가 안타까워, 자신의 이름을 딴 빅토리아 산이 품고 있는 이 호수의 이름을 그리 지었다고 한다. 레이크 루이스 주변을 이어폰을 꽂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을 때, 거대한 자연이 생생히 살아나 치유의 말을 건네 오던 순간이었다!
 
이틀 후, 레이크 루이스를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곤돌라를 타는 곳으로 갔다. 날씨가 너무 좋아 리프트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가자, 맞은편 산 중턱에, 빅토리아산 품에 박힌 옥빛 보석 같은 레이크 루이스가 보였다. 놀라운 것은 나중에 사진을 보니, 산의 빙하에서 젖병을 빨고 있는 아기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십년 이상을 가이드를 하셨던 분도 생각 못 해봤다는 발견이었다. 약한 딸을 걱정했던 엄마의 심정이 빙하에서 그런 모양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그렇지, 어떤 자식인들 어미 마음에 박힌 그런 한 보석 아니겠는가! 그 빅토리아 산과 레이크 루이스 모습을 마음 깊이 담아놓고자, 내려오는 리프트에서는 말을 잃었던 그 날이었다.  
 
이웃 나라 캐나다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사실상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의 운명은 어느 나라에서건 가슴이 아프다. 조상부터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강제로 이주시켜 인디언 보호지역으로 옮겨진 이들, 자녀들은 정부 기숙 학교로 보내져 문화 말살을 당해야 했다. 지금 정부에서 큰 생활비를 지급하지만 도박 등으로 다 탕진하고, 보호지역에서 나와 도시에서 홈리스로 살아가는 원주민들도 많다고 한다. 영국인, 프랑스인들이 들어올 때 아편과 위스키를 무한 제공했고, 건강한 삶을 위한 조건이 형성되지 않는 이 원주민들은 마약, 음주, 도박 중독이 대대로 이어지는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노후 생활비 보장과 무상 의료 혜택의 나라, 나무만 잘라 팔아도 국민을 230년간먹여 살릴 수 있다는 나라, 원주민에 대한 잘못은 미국과 다름없었지만, 원주민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보상 재판에서 원주민 손을 들어주어 보상금을 계속 지급하고 있는 상태라고 하니 조금 위안이 되었다. 단지 소셜 워커인 나로서는, 원주민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이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느껴졌다.  
 
산악 도로 93번 내내 이어지는 빙하 얹은 바위산들과 그 아래 옥빛 호수들의 세계로부터 빠져나오고 싶지 않지만, 차는 다시 야속하게도 공항이 있는 캘거리를 향해 달린다. 오 캐나다, 마음속 깊이 담아온 에메랄드 호수의 찰랑거림이 오래가기를!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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