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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분수를 내뿜는 고래

이희숙 수필가

이희숙 수필가

열돔 현상 탓일까? 캘리포니아도 아열대기후로 바뀌나 보다. 습하고 높은 온도에 살갗 신경이 화들짝 놀란다. 차가운 물과 음식만 찾으니 예민한 위장이 신음한다.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태평양 앨범을 뒤적여 본다. 짙푸른 바다 위로 힘센 물기둥을 뿜어내는 고래가 보인다.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에서 분수를 내뿜던 고래가 떠오른다. 이 드라마는 나에게 청량한 자극이 되었다. 비전통적인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극적 긴장감으로 감동을 주었다.  
 
우영우는 ‘고래 마니아’였다. 무엇을 떠올리거나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고래 이미지로 상상했다. 크기와 종류가 다양한 고래로 중요한 암시와 의미를 보여주었다. 또한 고래는 그녀의 기분과 정체성을 상징했다. 고래는 편견에서 벗어나 바다를 헤엄치듯 자유롭게 능력을 펼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고래는 내면세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  
 
그녀는 왜 고래에 집착했을까? 고래에 대한 의미는 보이지 않는 자신의 감정이나 심리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래를 통해 드라마의 화면구성을 풍성하게 했다. 그녀에게 슬픔이 몰려올 때는 창틀 너머로 조용히 유영하는 혹등고래의 실루엣 그림자로 표현됐다. 이는 차별의 시선에 대한 슬픔과 좌절감을 보여주었다.    
 


또한 고래는 차별받는 주인공을 이해하고 주인공과 소통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시청자에게 장애인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형성되길 원했다. 주인공은 “길 잃은 외뿔고래가 흰고래 무리에 속해 함께 낯선 바다에서 살고 있어요. 모두 나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나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주말에 샬롬장애인선교회에서 주최한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음악회를 경청했다. 많은 사람이 장애인의 삶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체감하지는 못한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다. 자폐증이란 다른 사람과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인 유대감도 일어나지 않는 증후군으로 자기 세계에 갇혀 지내는 상태의 발달 장애다. 주인공은 이런 증상을 가졌음에도 변호사란 직업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며 남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했다.  
 
과거 내가 운영하던 학교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Autism), 아스퍼거 증후군 등 여러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하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홀로서기에 성공한 아이들이 내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아직도 장애인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한’이라는 단어는 낯설고 피하고 싶다는 느낌이지만 이상하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고도 있다. 이상함이 때로는 우리 사회를 변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내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의 이름은 바로 뿌듯함입니다”라고 말한다,  별난 삶도 가치가 있다고 일깨워주며 막을 내린 드라마였다.
 
 잔디밭 스프링클러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분수를 내뿜는 고래처럼.

이희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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