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구족 차단…닷컴 입력해도 한국 사이트로
가격 정책 등 파행 이유 분석
20년 전부터 차단·해제 반복
한국의 경제 일간지 한국경제는 한국 인터넷주소(IP)로 글로벌 패션 회사들의 미국 공식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미국 주소 ‘.com’으로 입력해도 한국 홈페이지 ‘co.kr’로 전환되는 식이다.
폴로 랄프로렌과 나이키도 마찬가지이고, 타미힐피거는 한국 공식 유통사인 한섬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로 이어진다.
이같이 접속을 차단하는 이유는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미국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하려는 ‘직구(직접 구매)족’의 온라인 원정 쇼핑을 막기 위해서라고 매체는 전했다.
글로벌 패션 업체들은 이런 해외 직구가 한국 내 사업 전개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직구가 활발해지면 국가별 가격 책정 정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직구족들은 가상사설망(VPN)으로 IP를 우회해 미국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결제할 때 미국 신용카드만 받는 일부 브랜드에 대해 간편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페이를 활용하거나 결제 대행업체를 끼고 주문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미국 직구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미국과 한국의 현저한 가격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면, 폴로 랄프로렌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 최저 7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남성 옥스퍼드 셔츠가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116달러(15만3000원)에 판매 중이다.
심지어 미국 홈페이지에서 발급되는 할인쿠폰을 사용하거나 블랙프라이데이 등 할인 행사를 활용하면 가격은 훨씬 더 저렴해진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나라별로 가격 책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의 미국 현지 홈페이지 접속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홈페이지 접속 자체를 제한하는 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직구족들의 진상 행각은 논란을 사기도 했다.
환불이나 반품을 잘되고 배송 실패에 대해 소비자 책임을 잘 묻지 않는 외국 업체들의 특징을 악용해 물건을 받고도 받지 못했다고 항의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14년 영국 화장품 ‘러시’ 측은 한국만 해외 배송서비스 ‘로열 메일’을 금지하기도 했다.
또 일부 소비자들은 직구를 통해 제품의 사은품만 챙기고 판매계약을 취소하는 만행을 일삼으면서 이런 ‘비양심 직구족’으로 인해 나라 이미지를 망친다는 비난이 잇따르기도 했다.
앞서 한국 직구족들에 대해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백기를 든 글로벌 패션 업체들도 있다.
폴로 랄프로렌도 직구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접속 자체를 막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쯤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각종 구매, 배송 대행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직구는 더욱 활개를 띄었고 결국 폴로 측은 IP 차단을 풀었다.
미국 아동복 브랜드 ‘짐보리’도 2012년 직구족에 대항해 배송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했다가 반대 서명 등 악화한 여론으로 8개월 만에 철회하고 다시 한국에서도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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