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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정은의 열병식 정치쇼

군에는 기본적인 2가지 훈련이 있다. 하나는 전투훈련이요, 다른 하나는 제식훈련이다. 군은 전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전투훈련이 필수다.  
 
제식훈련은 군의 단합된 모습과 숙련된 동작으로 일사불란한 행동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국가의 기념일 또는 외국 국가원수 등 귀빈이 방문했을 때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공식 행사로 열병식을 거행한다. 열병식이란 지휘관이 정렬한 군대의 앞을 지나면서 검열하는 의식으로서 국가에 대한 충성 및 VIP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강한 군대와 장비들을 공개하는 행사를 말한다. 열병식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일본의 도죠 등이 과시용으로 자주 행했다. 근래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서로 같은 색깔의 나라들이 앞다퉈 행사에 열중하고 있다.  대규모 열병식에 집착하는 나라는 군사력만을 강조하는 공산국가뿐인 셈이다.  
 
지난달 27일 북한에서 열린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좌우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를 세우고 주석단 중앙에 섰다. 그날 김정은은 북한의 군사력을 한껏 자랑하며 행사 내내 각별한 친밀감을 표하는 등 북-중-러의 밀착 관계를 강조했다. 마치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을 중·러가 용인하는 것으로 보이기 위한 상징적 장면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대규모 열병식은 자신의 리더십과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정치쇼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김일성은 집권 46년 동안 16회, 김정일은 16년간 9회의 열병식을 한 데 비해 김정은은 집권 10년 만에 벌써 11회를 진행했다. 이는 김정은이 그만큼 열병식을 중요한 통치 수단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정은은 권력 승계 과정에서 북한 인민과 세계에 자신을 공식 공개하는 첫 이벤트로 열병식을 선택했다. 그는 2010년10월10일 처음으로 인민군의 열병 신고를 받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어린 나이지만 강한 지도자라는 점을 각인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한국도 휴전 직후 대통령 생일과 국군의 날 등의 행사 때 국군 퍼레이드를 했고 필자도 참석한 적 있다. 당시 육·해·공 3군 및 해병대의 시가행진과 함께 전차와 장갑차 등 중장비도 동원돼 국가수호에 대한 의지와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 그리고 국민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다. 국민에게 씩씩한 군의 모습을 보여주며 군에 대한 신뢰와 감사, 그리고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우는 행사였다.  
 
북한은 지난해 열린 심야 열병식에서는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평양 시가지를 보여줬다. 정예 부대의 모습과 첨단 무기를 과시함으로써 대내적으로 ‘우리의 국력은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도 ‘북한이 더는 낙후된 국가가 아니다’는 의도를 전달하는 데 제법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당시 심야 열병식은 조명과 음악의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기획 연출한 것이다. 장기 제재와 이로 인해 경제난을 겪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결속을 높이고 김정은의 지도자적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심야 열병식’을 택한 건 다분히 과시형 정치쇼라는 평가다.  
 
최근 북한은 미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17형을 잇달아시험 발사했고, 대남 타격용 전술핵 미사일도 쏘아 올렸다. 이들 무기는 북한이 실전 배치한 다양한 대남·대미 타격 수단들과 함께 이번 열병식에도 등장했다. 김정은의 핵 사용 경고가 정권 종말의 경고로 메아리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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