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멀어져 가는 ‘마이 카’의 꿈
실제로 연방센서스국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91.7%가 최소 1대 이상의 차를 소유하고 있고 10가구 중 6가구는 2대 이상 차를 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생활필수품인 자동차를 장만하기가 팬데믹 이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반도체 칩 사태로 신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급 부족으로 인해 차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요즘 신차 판매 광고를 보면 ‘헉’ 소리부터 난다. 구매는 물론 리스 비용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올랐나 싶을 정도다.
도대체 얼마나 올랐나 궁금해 구글링해보니 도요타 코롤라 기본형의 경우 1993년 1만2983달러에서 올해 2만1700달러로 8717달러가 인상돼 67%가 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가격과 비교해도 3000달러가 올라 16%가 인상됐다.
1993년 1만7578달러였던 중형차 캠리 기본형 역시 2만6420달러로 50%가 올라 인상 폭이 8842달러에 달했다. 팬데믹 전후로는 11% 또는 2575달러가 올랐다.
오토론 이자율 상승도 신차 장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40년 만에 찾아온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연준이 펼치고 있는 고금리 기조로 오토론 이자율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팬데믹 전에는 연중 실시하던 60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도 종적을 감추었다가 최근에서야 일부 모델을 대상으로 할부 기간을 단축해 실시하기 시작했다.
신용점수가 좋으면 무이자로 구매할 수 있었던 차를 이제는 평균 9~10%가 넘는 이자를 더 내고 사야 하는데 차값까지 올랐으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도요타 웹사이트에서 2023년형 프리우스 프라임의 할부금 견적을 살펴보니 신용점수가 720점 이상인데도 60개월 할부 오토론 이자율이 9.07%로 나왔다. 690점 이상은 9.84%, 670점 이상 12.12%, 650점 이상은 12.87%이었고 600점 전후가 되면 18.04%로 급등했다.
신용점수가 아무리 높더라도 3만 달러짜리 신차를 60개월 무이자로 구매할 수 있었던 4년 전보다 7380달러를 더 내야 하니 결국 내 차 장만에 드는 총비용이 25%나 인상된 셈이다. 물론 현금 일시불로 구매하면 이자를 절약할 수 있겠으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 부담 없이 몇만 달러씩 목돈 내고 신차를 구매할 수 있는 서민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차값, 이자율이 오르니 오토론 월 페이먼트도 2분기 평균 733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월 1000달러 이상을 내는 경우도 17.2%로 4년 전보다 300%가 뛰며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융자업체들이 불경기에 차입자의 연체 및 파산으로 인한 채무 불이행을 우려해 오토론 융자 신청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연준에 따르면 지난 6월 오토론 거부율이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인 14.2%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처럼 차 장만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자 중산층 4명 중 1명은 지난 1년간 신차 구매를 미룬 것으로 밝혀졌다. 개스값도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서고 차 보험료까지 뛰고 있으니 빠듯한 생활비에 교통 관련 비용이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특히 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나 장거리 통근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설렘과 기쁨, 뿌듯함은 사라지고 부담과 걱정이 앞서는 ‘마이 카’ 장만이 뉴노멀이 되는듯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존재감이 남다른 생활필수품이 값비싼 기호품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마저 든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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