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잘 가요. 안녕 내 사랑”
내가 환자 예배실의 단골손님이고 가끔 부목사님 사모님이 들어와 쉬셨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늘 아프셨던, 6개월마다 항암을 하신 사모님. 동병상련으로 나와 마음이 통한 환자실 동문이셨다.
지난주 55세의 그 사모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고 오늘 교회에서 고별예배(천국 환송 예배)를 드렸다. 부목사님이 아내에게 쓴 마지막 편지를 읽으신다. “못난 남편 만나 고생하고 수고 많았어요. 미안하고 고마워요. 아프다며 다리 주물러라, 물 떠오라, 쓰레기 버려라, 청소해라, 당신의 잔소리가 안 들리니 너무 적적하네. 새벽기도 가려면 9시에는 자야 하는데 한시에도 두시에도 당신 없으니 잠이 안 와요. 세 아이는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안 굶기고 잘 보살피리다. 이젠 아무 곳에도 당신이 없어요. 이제 내 마음속에(왼편 가슴을 두드리며) 있네요. 천국 가서 주님 품에서 편히 쉬어요. 다시 만날 때 까지 잘 가요. 안녕 내 사랑!”
목사님은 우리와 같은 평신도였다가 전도사님이 되셨고 두 해 전에 늦깎이 목사 안수받으셨다. 사모님은 편찮으신 몸으로 간호사 일을 하며 내조를 했다.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무뚝뚝한 목사님이 마지막 구절에 “잘 가요. 안녕 내 사랑”하자 모든 교인이 울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목사님은 다정한 분이셨던 거다. 스크린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사진 속에서 그 가정의 행복한 순간들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사모님도 여한이 없으시리라.
나도 사모님과 똑같이 늘 남편에게 아픈 핑계로 이거 해줘, 저거 해줘 했는데, 남편도 나 없으면 적적하려나? 천국행 내 순서도 머지않을 것 같은 기분이 문득 들었다.
남편에게 내 장례식에서 인사말을 할 때, 오늘 목사님이 하신 것과 꼭 같이하라며 부탁했다. 끝에 “잘 가요. 안녕 내 사랑”을 붙이라고, 그러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남편은 어처구니없다며 순서 없이 오고 연습 없이 가는 인생에 누가 먼저 갈지 아무도 모른다나? 평생 골골한 내가 먼저 갈 테니 꼭 그리하라고 다짐받았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경건해진다. 죽음은 또 모든 것을 포용한다. 그래서 죽음은 원수조차 용서하게 하기도 한다. 화해의 메신저가 되는 셈이다. 모든 것이 용납되는 죽음 앞에선 그저 한마디 “잘 가요. 안녕 내 사랑” 이면 족할 듯싶다.
이정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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