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하지만 그래도 익숙해서…한국 영상 DVD로 보기
스마트폰을 비롯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물로 인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20세기 문물이 제법 많다. 이런 종류에는 필름 카메라를 비롯해 VCR LP판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이 있고 최근에는 DVD플레이어가 이 대열에 끼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도 한인 사회 일부에서는 DVD 디스크를 빌려주는 비디오 대여점이 있고 이를 이용하는 시니어 사용자들이 있다.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비디오 대여는 미국 영화 비디오를 빌려주는 서비스로 미국 마켓 입구 렌탈 머신이다. 그러면 한국 비디오 시장은 어떤가.
한인들이 즐겨보던 한국 영상물은 대개 한국의 방송사에서 제작한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한국 영화가 주종을 이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주 지역에만 1000곳에 이를 정도로 비디오 대여점은 성업했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한인이 조금이라도 산다면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고 그곳은 바로 지역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남가주 지역에만 10여 곳이 살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A한인타운에는 3군데가 남았다. 올림픽 갤러리아 마켓 옆 웨스턴 한국마켓 옆 L비디오점 등이다.
점포 운영자에 따르면 고객들의 대부분은 시니어들이다. 이제는 테이프를 빌리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DVD형태로 빌린다. 최신 드라마도 있지만 특히 주몽같은 수십편으로 이뤄진 장편을 통째로 빌려서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렌트비는 2시간 기준으로 장당 1달러 25센트다. 한국 영화는 2달러다. 전체 고객의 숫자는 공개를 거부했지만 최소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런 동영상물을 공급해왔지만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트렌드가 나오기 전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짭짤하게 수익을 올렸던 한국 방송사도 예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줄어든 시장이지만 극소수 고객이 있어 수익적으로는 남지 않아도 서비스를 그만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각 방송사가 새 에피소드가 나오면 이를 지역 대리점에 보냈고 이를 복사하여 대여해줬는데 비해 현재는 점포에서 방송사 사이트의 다운로드 계좌를 통해서 내려 받아서 대여해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이렇게 돈을 주고 비디오를 빌려보는 시니어들이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거의 사라졌던 LP판이 복고풍에 힘입어 다시 되돌아오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과는 다르다. 우선 다운로드를 받아서 보는 것보다 빌려보는 것이 간편하다. 청장년층만해도 컴퓨터에 익숙해 문제가 없지만 다운로드 받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두번째는 월 정이나 연간 비용을 내고 보는 유료 사이트도 복잡하고 귀찮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무료 사이트인 경우 엄청난 광고를 봐야 하는데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용이 너무 반복적이어서 짜증지수가 너무 높아진다는 것이다. LA한인타운의 경우 디지털 채널을 쪼개서 방송하는 서브채널 한국어 방송사가 몇 군데 있다. 하지만 이곳들도 KBS의 야간 정규 방송 말고는 아주 오래된 드라마를 재탕 삼탕해서 방송하고 시니어를 상대로 한 건강식품 소개 등 광고가 너무 많아서 고통을 하소연하는 시청자가 있을 정도다. 특히 상업 방송인 SBS는 물론 공영방송이라는 MBC마저 쇼핑 프로그램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를 보는 시니어 시청자들의 불만은 의외로 높다. 광고 타겟층으로 시니어를 잡고 정보도 제공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광고 보다가 없던 병도 생긴다는 우스개 소리가 들려온다.
한인 타운에 거주하는 캐서린 김(가명)씨는 "인터넷으로 한국 콘텐츠를 즐기던 시절이 잠깐 있었다. 디지털 채널로 한국어 방송이 늘어나서 기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시니어들의 지갑만 노리는 광고만 있는 것같아서 씁쓸하다. 또 서브채널이다 보니 화질도 안 좋고 차라리 빌려 보는 게 낫지 않나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여점으로의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고객이 한 달에 몇 명 정도에 불과하는 등 비즈니스 적으로 전망은 매우 어둡다. 또한 최근의 TV는 HDMI만 남아 DVD플레이어를 시청할 수 없을 정도여서 현재의 TV로 DVD로 시청하려면 따로 10달러 상당의 맞는 케이블을 구매해서 시청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시니어들이 손쉽게 한국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저장해서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을 정도인 '유투브TV' 수준의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지만 한인들의 인구나 트렌드에 비춰 매우 어렵다고 내다봤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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