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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초 디지털 시대의 사람들은?

김지영 변호사

김지영 변호사

세상은 이미 디지털 세계로 바뀌기 시작했다. 백 년 후, 천 년 후, 10만 년 후, 어디까지 갈까? 켄 리우라는 천재적인 공상 과학 소설 작가의 상상을 따라가 보자. ‘감춰진 소녀 (The Hidden Girl and Other Stories)’에 수록된 ‘일곱 번의 생일 (Seven Birthdays)’에 있는 단편 소설에 나오는 미아(Mia)의 이야기.  
 
일곱 살. 엄마가 안 온다. 생일 때 꼭 와서 연을 날리자고 약속했는데. 바닷가 공원에서 하루종일 기다린다. 어두워진다. 할 수 없이 아빠와 연날리기를 시작. 그때 “미아” 하고 부르는 엄마 목소리. 그러나 엄마는 곧 떠난다. 21세기 지구의 환경 위기를 구하는 일을 하는 엄마. 딸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  
 
49세. 미아가 엄마를 찾아간다. 양로원. 300명의 노인을 3명의 간호사가 조정하는 3000개의 로봇이 돌본다. “미아가 왔어요” 엄마는 믿지 않는다. “아니야. 우리 미아는 일곱 살.”  
 
343세. “생축, 엄마.” 딸  애비( Abby)의 메시지.  미아도 애비도 육신은 없다. 컴퓨터 속으로 업로드된 기호의 조합, 디지털 세계의 프로세스일 뿐.  
 


2401살. 미아는 새로운 별에 착륙 중.  “엄마, 생축” 메시지.  몇백 년 전 몇광 년 떨어진 곳에서 딸이 보낸 것. 미아가 우주선에서 내리기 전 로봇들이 먼저 내려서 자기들끼리 알아서 번성하고 미아와 같은 인간 프로세스들이 들어갈 디지털 세계를 만들 것이다.  
 
1만6807살. 미아는 큰 별 하나에 컴퓨터 회로를 만들고 그 무한한 디지털 세계에 인간들이 산다. 아주 많이. 디지털 사람 수가 천조 이상.  프로세스가 된 인간들도 결혼하고 아이도 만든다. 의식이 의식을 낳은 것.  
 
11만7649세. 의식의 흐름으로만 존재하는 인간들. 무한한 디지털 자원의 풍요 속에서 하나하나 다른 세계를 만든다. 모두가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자신의 역사와 기억을 만든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억울한 과거도 불확실한 미래도 없는 평등 사회.  
 
82만3543세. 온 우주의 모든 것들이 인드라망의 그물코. 이리 얽히고 저리 연결된 구조. 끝없이 겹치고 겹친 (重重無盡) 화엄의 세계. 하나 속에 여럿이 있고 여럿 속에 하나가 있다. 미아는 디지털 인간 무리를 이끌고 태양계에서 벗어나 은하계 (galaxy) 중심으로 간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셀 수 없는 나이. 미아는 다시 일곱 살. 엄마와 바닷가 공원에서 다시 연을 날린다. 가상 속의 가상.
 
불교에서는 우주가 세 개의 세계로 되어있다. 욕계, 육신이 있고 욕망이 있는 곳. 색계, 욕망은 사라지고 육신은 아직 있는 곳. 무색계, 욕망도 육신도 없고 정신만 있는 곳. 리우는 앞으로 300년 후 인간은 무색계의 의식의 흐름이 된다는 상상을 한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은 아미타 부처님의 무량수(無量壽) 세계로 흘러간다. 아미타는 셀 수 없다는 뜻.  
 
미아의 무색계에도 욕망은 남아 있을까? 아니면 무한 디지털 자원의 풍요 속에 과거, 현재, 미래를 마음먹은 대로 지울 수 있는 세상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욕심은 어불성설?  욕계에서 70여 년째 허우적거리고 있는 김 아무개는 궁금하다.

김지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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