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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허리케인(Hurricane) 심(Sim)

팬데믹 이후 근 2년 동안  뉴저지에서 꼼짝 않고 있는 나를(언니 오빠네 식구도) 보러 조지아의 둘째 딸과 손녀·손자가 굉장한 비바람을 몰고 쳐들어왔다. 뉴저지에 도착하는 7월 17일, 즉시 그길로 맨해튼의 워터 보트를 타기로 돼 있었는데 날씨도 나쁘고 시간도 늦고 해서 다음날로 미루고 우리는 큰딸네에 온 식구들이 모여 3년 만에 회포를 푸는데 그동안 몰라보게 훌쩍 커버린 손자·손녀들 서로 부둥켜안고 그 좋아하는 모습이란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맨해튼을 가로지르는 페리(Ferry)를 처음 타 보는 양 근 4년 만에 둘러보는 허드슨 강은 여전했고 시끌버끌하는 뉴욕시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아이들은 ‘The beast was the boat’를 타며 온몸에 물세례를 맞는 기분이 통쾌하다고 재잘대며 우리는 리틀 이탈리아와 차이나타운을 거쳐 식사하고 거리에 쏟아지는 선물 가게를 둘러보고 밤늦게 페리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조지아 식구들은 맨해튼에서 친구와 만난다고 이틀을 호텔에서 머무르며 친구와 푸드 투어를 하고 ‘Six’라는 브로드웨이 쇼도 보고 뉴욕대와 워싱턴스퀘어파크도 둘러보고 Summit 0ne Vanderbilt도 보았다.
 
조지아의 손자녀석이 11살이라 무엇이든지 흥미로워 뉴저지의 해변도 봐야 한다고 해서 세븐 프레지던트 해변으로 향해 떠나는데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퍼부어서 좀 난감했는데 해변에 다다르니 해가 뜨며 푸른 하늘이 우리를 환영하고 있어 너무나 기뻤으며 아이들은 종일 물속에서 잘 놀면서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지난 7월 22일 토요일 다시 페리로 뉴저지로 돌아와 렌터카를 몰며 보스턴의 하버드 서머 스쿨로 세 식구는 떠났는데 그 지난 일주일 동안의 나에게 일어난 일은 그동안 침체해 있던 나의 심신(心身)을 팬데믹 이전으로 일깨워주는 듯했다. 우리는 가끔 마음속으로 한없이 침체하여 있을 때는 무엇으로든지 한 방 맞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온다고 했을 때는 기쁘면서도 아직도 난리인 세상에 어떻게 컨트롤 할까 염려도 있었건만 막상 만나니 팬데믹이고 뭐고 기를 못 피게 세상은 여전히 힘차게 돌아가고 있음을 절감했다.
 


내가 지난 십여 년 넘게 플로리다에서 살 때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뉴저지의 딸·아들네와 조지아의 둘째 딸네가 매년 들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 한 해 먼저 내려와 있던 큰딸이 “엄마! 허리케인이 하루 일찍 온대…”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무심결에 “아니,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무슨 허리케인이냐!” 하니 하하 웃으며 “조지아에서 심 패밀리가 하루 일찍 온다는 소리야” 해서 한참을 웃었다.  
 
허리케인이란 북대서양, 북동 태평양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 중 최대 풍속이 시속 64KTS(74마일) 이상인 것을 말하며 강한 바람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조지아 아이들이 플로리다 할머니 집에 오면 너무 반갑고 좋아 이방 저방으로 어찌나 극성스럽게 돌아다니는지 그때 붙여진 별명이다. 이번에도 할머니인 나를 보고 조지아를 좀 다녀가라고 하건만 꿈쩍도 안 하니 이렇게 바람을 몰고 쳐들어온 것이다. 우리는 팬데믹 이후 너무나 반갑고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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