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커뮤니티 은행 자본금 규정도 강화할까
일반적으로 고금리 환경이 되면 은행의 수익은 증가한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 즉시 대출 금리에도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형 은행들은 고금리 덕을 톡톡히 봤다. 지역은행 위기에 많은 예금이 대형 은행들에 몰리면서 대출 여력도 커졌다. 오피스 건물 공실률 상승 등 상업용부동산(CRE) 대출 손실이 커졌지만 이자 수익은 늘었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고금리 상황이 중소형 은행엔 악재일 수 있다. 예금은 줄고 CRE 손실은 온전히 받게 되는 경우다. 금리 인상으로 불붙은 예금 이자율(APY) 경쟁에 중소형 은행들의 예금 조달 비용 부담은 늘고 있다. 지난해의 어닝 서프라이즈 때와는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5%가 넘는 기준금리가 연내 인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물가 상승세 둔화를 시사하는 경제 지표가 나오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오늘 시작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상한다.
금리 추가 인상은 중소형 은행들엔 빨간 불이다. 경기 하강으로 채무 불이행 비율이 높아지면서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고 하는데, 금리가 올라 이자율이 더 높아지면 대출 수요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마이클 바 연준 금융 부의장은 최근 자산 1000억 달러 이상의 중형 은행들도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은행들의 탄력성 개선을 위해서라고 했다. 즉, 손실 발생 시 회복할 수 있는 위험 대비 자산을 더 많이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자산 1000억 달러 이상 은행은 30개다.
그런데 연준의 이런 기조는 소형 은행들에 대한 관리·감독도 더 엄격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형 은행들도 수익성 악화에 대비 자산 관리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연준은 수년간 준비해온 ‘페드나우(FedNow)’ 출시를 최근 발표했다. 금융 거래 시 최대 며칠이 걸리는 과정을 몇 초 내로 단축하는 결제 시스템이다. 서비스는 상시 제공돼 언제든 거래가 가능하다. JP모건 등 35개 금융기관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으며,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금 흐름이 빨라진다는 것은 대규모 예금이 몇 초 만에 은행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고객이 예금을 인출하려면 직접 은행을 방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과정이 몇 초로 줄어든다.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인 ‘뱅크런’의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연준은 고객당 50만 달러로 제한을 뒀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새로운 위험 가능성을 불러왔다. 몇 달 전 고객 예금 인출로 인한 은행 파산에 서둘러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한 연준의 신규 서비스다.
연준은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를 마무리하면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충분한 회복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더 멀리 달리기 위한 탄력성을 기르려면 채찍뿐 아닌 당근도 필요할 것이다.
우훈식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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