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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양자컴퓨터

박종진

박종진

최근에 양자컴퓨터란 말이 자주 나온다. 양자컴퓨터란 기존의 컴퓨터를 대체하는 새로운 컴퓨터라기보다 그 성능을 보완하는 쪽으로 해석하는 편이 오히려 적절하다.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자기적 방식 대신에 양자역학적 기술을 도입하여 결과적으로 연산 속도가 획기적으로 빠르고, 완벽한 보안 시스템을 갖춘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컴퓨터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그 효시다. 바로 다음 해 대포의 탄착 지점을 계산할 목적으로 전자식 계산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전쟁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스며든 일상용품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처음 가는 곳을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순식간에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고 도착 예정 시각까지 알려준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지정해 준 길로 가지 않으면 기계는 잠깐 무엇인가 생각하듯 머뭇거린다. 새 경로 때문에 생긴 변화를 계산해서 다시 최적 행로와 도착 시각을 새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때 만약 컴퓨터가 없었다면 그런 계산을 하느라 몇 시간씩 걸릴지도 모른다. 내비게이션에 내장된 컴퓨터는 눈 깜빡거리는 사이에 계산을 마치고 수정된 경로를 알려 준다.
 
컴퓨터의 옛 이름은 전자계산기다. 전자기적인 방법으로 빠르게 계산하고 다량의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기억된 정보는 전기 공급이 끊어져도 영원히 그대로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도 눈 깜박할 사이에 저장되고 처리된다. 하지만 아무리 빠른 계산 속도라고 해도 그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주 많은 정보를 다룰 때는 컴퓨터의 속도로도 몇 달씩 걸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기 예보를 하려면 엄청난 양의 기상 정보와 과거 기록을 컴퓨터가 계산해서 예측한다. 그런데 바람의 방향이 조금만 바뀌거나 세기가 변한다면 계산을 새로 해야 한다. 문제는 컴퓨터의 연산 속도로도 아주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지금은 슈퍼컴퓨터가 등장해서 계산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이고 있기는 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을 설명할 때 필요한 것이 고전물리학인 데 반해, 미시세계를 다루는 물리학을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물질도 빛처럼 입자와 파동이라는 두 가지 성질을 가져서 양자 얽힘이라거나 양자 중첩 현상이 생긴다.  
 
양자 얽힘이란 서로 떨어진 거리와 관계없이 한쪽이 변하면 다른 쪽의 상태도 따라서 바뀌는 현상이고, 양자 중첩이란 한 개의 입자가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양자역학을 기존 컴퓨터 기술에 접목하여 연산 속도를 높이고 정보 유출, 즉 해킹할 수 없게 작동하는 컴퓨터를 양자컴퓨터라고 이해하면 된다.  
 
슈퍼컴퓨터로는 그 이름처럼 일반 컴퓨터 수천 대를 사용해서 몇 년 걸려 풀 문제를 단 며칠에 해결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그런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나 빠르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양자컴퓨터를 소형화하거나 휴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동안은 일반 컴퓨터를 보완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이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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