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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베풀며 사는 삶

거의 5년 전 일이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려고 주차장에 갔더니 자동차 조수석 앞 타이어가 바람이 빠져 납작하게 주저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십중팔구 못이 박힌 것이 분명하였다. 덜컥 겁이 났다. 참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이다. 나는 망치로 못 하나 제대로 박지 못할 정도로 손재주가 없기 때문이었다.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도 없고 AAA회원도 아니어서 비상 타이어로 직접 교체해 보리라 마음먹고 잭(Jack)을 꺼내서 차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때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40대 중반 미국인이 내게 다가왔다.
 
10년 이상 헬스장에서 운동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잭으로 들어 올리는 부분이 한심해 보였는지 그곳은 정위치가 아니라며 자신이 도와주겠단다. 그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타이어를 교체해 주었다. 나는 구경꾼이 되어 땀을 닦으라고 종이 냅킨을 건네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가 일을 끝마쳤을 때 나는 정중히 허리를 굽혀 고맙다고 인사하며 이름을 물었다. 토니 란다.  
 
나는 그의 친절을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그는 자기가 나를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다른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을 때 도와 주면 된다”고 하였다.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니 그가 참으로 멋져 보였다. 마음이 넉넉한 사나이가 바로 저 친구가 아닌가?
 
몰 입구를 빠져나오려는데 히스패닉 계통으로 보이는 한 가족이 ‘배가 고프다(We’re hungry)' 라고 쓴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부부가 대 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아들과 딸을 데리고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그들이 측은해 보였다. 선해 보이는 가족이었다. 나는 오늘 타인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선을 베풀어야 되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운동하러 갈 때는 지갑을 소지하지 않기 때문에 급히 집에 가서 지갑을 갖고 나오며 20달러짜리 지폐 한장을 주어야겠다고 마음먹고 5마일쯤 되는 거리를 서둘러 달려왔다. 하지만 그 가족은 이미 어디론가 가 버리고 없었다. 서운한 마음 그지없었다.  
 


그 날 있었던 일로 토니는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베풀며 사는 삶'이란 누군가를 위해 나의 것을 나누는 것인데 그게 꼭 물질이나 돈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대가를 바라지 말고 그저 베풀 수 있는 아량을 갖고 사는 것이 참 행복한 삶이란 것을 일깨워 준 것이다.
 
최근 미시간 대학의 브라운 박사라는 분이 눈길을 끄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노인 부부를 5년간 조사한 결과 자기만 아끼고 남은 돕지 않는 사람이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 일찍 죽을 가능성이 2배나 높다는 것이었다. 그는 장수 비결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부처는 아무리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라도 7가지는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 말은 얼마든지 베풀 수 있으니 사랑의 말.칭찬의 말.위로의 말을 많이 하는 것,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 것, 호의를 담은 눈으로 사람을 보는 것 (눈으로 베푼다), 몸으로 때우는 것으로 남의 짐을 들어준다 든가 일을 돕는 것, 때와 장소에 맞게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주는 것 등이다.
 
베풀면 베풀수록 더 좋은 기운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줄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버리고 그냥 주기 시작해 보란다.
 
'베풀며 사는 삶' 이야말로 나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마음의 평정을 얻는 길이라 여기고 나도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선을 베풀며 살아가겠노라 다짐해 본다.

이진용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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