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흑인싫다, 딸은 이해하자…엄소연 감독 자전적 다큐 호평
반흑인 정서 바로잡는데 노력
인종혐오는 백인우월의 부작용
10일 인터넷매체 허프포스트는 다큐멘터리 영화 리커스토어드림스를 소개하며, 감독 엄소연씨가 한인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반흑인 정서(anti-Blackness)를 바로잡으려 애썼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리커스토어 드림스를 접한 흑인사회가 한인사회에 내재한 반흑인 정서를 이해하는 데 복잡한 심경일 수 있다고 전했다.
리커스토어 드림스는 한인 이민 1세대와 2세대의 생계와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성격이 강하다. 각본·감독·제작을 맡은 엄소연씨는 잉글우드에서 30여 년 동안 리커스토어를 운영한 아버지 엄해섭씨와 자신의 이야기, LA 스키드로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와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친구 대니 박씨 모자 이야기를 담았다.
다큐멘터리는 1992년 4·29폭동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흑인 밀집지 한인 1세대 자영업자의 솔직한 의견을 다뤘다. 엄씨의 아버지 등은 흑인 밀집지에서 하루 15시간씩 일하면서 수많은 저소득층 손님을 접해야 했고,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언쟁과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4·29폭동으로 LA한인타운 등 한인 자영업자 수천 명이 약탈과 방화의 피해자가 된 역사적 사실은 한인사회, 주로 이민 1세대에 반흑인 정서가 고착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반면 당시 유년시기를 보냈던 2세대는 부모 세대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인종차별 모습에 실망감을 보이기도 한다.
매체는 다큐멘터리에 담긴 흑인 손님과 한인 업주 간 대립, 한인 1세대가 ‘삶이 파괴됐다’고 절규한 4·29폭동의 아픔, 한인 2세대가 부모세대의 반흑인 정서를 바꾸려 노력하는 모습 등이 흑인사회와 미국사회에 생각거리를 던진다고 평했다.
실제 다큐멘터리에서 엄 감독은 아버지 엄씨와 반흑인 정서를 놓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2020년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직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한창일 때 아버지 엄씨는 잉글우드 리커스토어 문을 닫기에 바빴고, 엄 감독은 공권력 남용 때문에 목숨을 잃은 플로이드와 흑인사회 분노를 이해시키려 애썼다.
엄 감독은 이런 모습을 가감 없이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그는 부모 세대의 생각과 트라우마를 있는 그대로 담았고, 주류사회가 한인사회를 편협하게 보는 선입견과 다른 의견을 내고 싶었다고 한다.
엄 감독은 “아빠의 가게에서 일하다 보면 수많은 일이 발생하고 스스로 화가 날 때도 있었다”고 전제한 뒤 “한인 시니어 세대가 (흑인을 향한)인종차별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한 한인 여성은 반흑인 정서가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는 독과 같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엄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인사회 이민자의 애환과 아메리칸 드림, 소수계 커뮤니티 간 대립과 화해 등을 짚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반아시아계 정서와 반흑인 정서 모두 큰 틀에서 보면 백인 우월주의가 지배하는 현실이 낳은 부작용이라고 전했다. 소수계 사이 긴장과 대립을 풀기 위해서는 이를 고착화하려는 사회체계 부조리를 자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편 리커스토어 드림은 10일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됐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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