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괴로움 갖고 살지, 없이 살지 전적으로 내 선택"

법륜스님에게 마음을 묻다

괴로움은 마음의 작용이다. 육체의 작용은 통증이다. 마음공부를 하는 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최근 한국 서울 강남구 선릉로 성암아트홀에서 200명을 대상으로 법륜 스님(사진)을 초청, '삶이 너무 버거워요. 스님, 어떡할까요?'란 주제로 대담과 즉문즉설 행사가 진행됐다. 객석에서는 수시로 웃음이 터졌고, 청중의 질문과 스님의 해법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도 많았다.
 
'법륜 스님에게 마음을 묻다'는 마음을 주제로 사회자(백성호 종교전문기자)의 즉문에 법륜 스님이 즉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마음공부는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스님은 "괴로움은 마음의 병이다. 첫째 내가 괴롭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이게 병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둘째 병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셋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그게 치료다. 넷째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게 마음공부의 근본 원리다. 세상만사도 마찬가지다. 갈등이 있으면 그걸 알아차리고, 원인을 알고, 그 원인을 제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법륜 스님은 "혼자 살아 외로워서 괴로운 사람이나 결혼해서 갈등으로 괴로운 사람이나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괴로운 사람이나 괴로움은 다 똑같다"며 누구나 괴로울 수 있다고 했다.  
 
"괴로움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땅에서, 혹은 전생에서 온 것도 아니다.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운 걸 직시하면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 원인을 놓아버리면 괴로움 없는 상태가 된다. 누구나 괴로울 수 있지만, 누구나 안 괴로울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중을 쭉 둘러보던 법륜 스님은 "괴로움을 가지고 살지, 괴로움 없이 살지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선택이다"고 말했다.
 
또 마음공부를 할 때는 자신의 실질적인 삶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륜 스님은 "'공부 따로 생활 따로'라는 말은 존재할 수가 없다. 그건 생각으로 하는 공부를 하니까, 삶의 괴로움이 없어지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뭘 괴로워하느냐를 가지고 공부하면 생활과 마음공부가 따로 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사회자는 법륜 스님 저서에 있는 한 구절을 낭독했다. "물에 빠져서 살려달라고 허우적대지 말고,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주워오라. 어차피 장가간 김에, 어차피 자식 낳은 김에, 어차피 부도난 김에, 어차피 암에 걸린 김에, 어차피 늙은 김에 괴로워하지 말고 깨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라."
 
법륜 스님은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다. 그걸 알아차리면 단박에 깨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괴로움과 깨달음을 꿈에 비유했다.  
 
"꿈에 강도를 만나서 쫓기면 두렵다. 그런데 누가 도와주면 고맙다. 강도를 피했다고 안도한다. 이게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위로다. 그런데 눈을 딱 뜨면 어떤가. 그냥 꿈이다. 원래 강도도 없고, 고마울 일도 없다. 괴로움과 깨달음은 이런 거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독자와 청중이 건네는 삶의 다양한 문제들이 펼쳐졌다. 법륜 스님은 하나씩 짚어가며 이치가 담긴 해법을 풀어냈다. 스님이 건네는 유머와 청중의 폭소, 이어지는 크고 작은 깨달음으로 강연장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묻자 법륜 스님은 "이미 튀어나온 화는 방법이 없다. 화를 낸 것에 대한 과보를 받아야 한다. 죄지어놓고 모두 천당 가겠다는 건 나쁜 심보다"라며 "다만 화를 낸 뒤에라도 알아차리면 도움이 된다. 바로 사과할 수도 있다. 그럼 다음부터는 화가 탁 올라올 때 알아차릴 수도 있다. 그럼 멈출 수가 있다. 쉽게 가라앉을 수가 있다. 만약 또 화를 내버렸다면 빨리 사과하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이외에도 힘겨운 가정사와 아이 교육 문제, 우연ㆍ필연ㆍ카르마(업 혹은 습관) 등 삶의 다양한 물음들이 쏟아졌다.  
 
"법륜 스님께서는 출가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나요?"라는 질문도 나왔다.  
 
법륜 스님은 "청소년 때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무엇이든 탐구하고 연구하는 걸 좋아했다. 어릴 적 저는 옮고 그름의 잣대가 강했다. 이런 성질 때문에 아마 명대로 못 살았을 확률도 높다"며 "불교 공부를 하면서 서로 다른 걸 이해하고 포용성이 생겼다. 이런 걸 많이 봐주는 힘이 생겼다"고 대답했다.
 
베트남.태국.라오스.튀르키예.시리아 등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를 두 달간 돌면서 난민촌과 재해 구호지역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벌이다 막 귀국한 법륜 스님은 이날 여독도 채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청중의 절박한 즉문에 일일이 마음을 담아 지혜의 즉설을 꺼냈다.
 
백성호 기자
 

☞법륜(法輪) 스님은
 
1953년 울산 출생, 1969년 불가에 입문했다. 수행공동체 정토회를 설립(1988년)해 수행지도를 통한 구호 및 사회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2002년)을 비롯한 민족화해상(2007년) 포스코청암상(2011년) 등을 수상했다. 그의 즉문즉설(卽問卽說) 강연은 즉석에서 바로 묻고, 바로 답한다. 법륜은 "자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직시할 때 정확한 물음과 답이 나온다"고 말한다.
 

7년 전 LA 찾은 법륜 스님의 조언

"한인들 제 3의 정체성 갖고 살길"
 
법륜 스님은 지난 2016년에 LA를 찾았다.

 
당시 미주중앙일보에서 열린 강연회를 앞두고 본지는 법륜 스님과 인터뷰를 가졌다. 본지 2016년 9월22일자 A-2면〉
 
당시 법륜 스님은 미주 한인들에게 '희망'을 강조했었다.
 
법륜 스님은 "자기 뜻대로 안되니까,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니까, 절망한다"며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건 가능성이고, 그 가능성을 인식하면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삶은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법륜 스님은 "뜨거운 컵을 들고 있다면 '뜨겁다' 하지 말고 그냥 놓으면 되는데, '어떻게 놓아야 하는데요'라고 묻는 것과 같다"며 "놓는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뜨겁긴 한데 갖고 싶으니까 못 놓을 뿐이다. 욕심을 버려야 산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미주 한인들을 향해 "'나는 한국말도, 영어도 못한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인으로서 미국에 산다는 '제3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