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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괴담, 이제는 그만

박철웅 일사회 회장

박철웅 일사회 회장

2008년 ‘미국 소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는 괴담에 유모차 부대까지 등장한 광우병 촛불 집회가 광화문 광장을 뒤덮였던 적이 있다. 미국인보다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걸리기 쉽다는 괴담은 국민을 떨게 했다. 그러나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린 한국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또 FTA(자유뮤역협정)이 체결되면 나라가 망한다며 맹장수술비가 900만원, 감기약 처방 비용은 10만원으로 오르고, 책값은 두 배 이상 뛸 것이며 한국 자동차 산업은 붕괴할 것이라고 했다.  
 
사드 배치를 놓고도 전자파 때문에 성주의 특산물인 참외의 유전자가 변형되어 임신부는 기형아를 낳고, 불임과 암 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기초과학연구원 신희섭 명예연구위원이 당시 이 괴담을 반박했다가 많은 비난을 받았다. 신 위원은 “황당한 괴담이 유포되는데 유전학 전공자로서 팩트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난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현대과학의 영역에서 증명되어야 할 것들이 괴담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다.
 
이념과 정파에 치우친 일부 과학자들도 괴담을 부추겨 사회를 혼란에 빠지게 했다. 순수과학자들은 이러한 괴담을 무력화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고, 결국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국력의 낭비인가. 괴담에 맞섰던 김윤명 전 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도 “당시 한국전자파학회에선 사드 괴담에 ‘학회 차원의 대응은 어렵다’고 했다”며 “학회 토론회에서 어떤 교수는 ‘사드 전자파보다 차라리 북한 미사일을 맞겠다’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세계적 관심사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도 그 하나다. 2011년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에 일본 8개 현의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후쿠시마뿐만 아니라 바다가 없는 인근 8개 현의 농산물까지 포함하는 매우 강력한 조치로 현재도 유효하다.  
 
오염수가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등 많은 국가가 후쿠시마 오염수는 모든 나라가 인정하는 방법으로 방사성 물질이 미량이라도 검출되지 않았을 때 방류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지난달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및 수산물 수입 반대 국민서명운동 발대식을 갖고 부산 자갈치시장, 주문진 등을 방문,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는 극한 발언까지 했다. 정부가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것처럼 선동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일본 정부는 원전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낸 뒤, 세슘이나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떨어뜨리면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를 위해 관련 설비 공사도 이미 끝냈다는 것이다.  
 
그동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검증해 온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검증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IAEA는 지난 7일 종합 보고서에서 “도쿄전력이 계획한 대로 오염수를 통제하며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신뢰가 중요하다”며 “IAEA는 과학적이고 중립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염수가 국경을 넘어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했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겠는가. 괴담은 이제 그만, 국민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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