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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블랙홀 물리학

박종진

박종진

우주를 이루는 가장 기본단위는 별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히 많은 별 중에는 북극성도 있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가 속한 별인 태양도 사실 그 중 하나다. 태양과 같은 별이 수천억 개가 모여서 은하를 이루고 그런 은하가 또 수천억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가 된다.  
 
슈퍼컴퓨터를 시뮬레이션 하면 은하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우주거대구조를 볼 수 있는데 그 모양은 놀랍게도 우리의 뇌와 생김새가 흡사하다. 은하끼리 연결된 모양이 마치 뉴런(신경세포)과 시냅스(신경세포접합부)로 이루어진 사람의 뇌처럼 생겼다. 작은 것들이 모여서 큰 것으로 진화할 때 그런 모양으로 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우리는 빅뱅으로부터 시작하여 팽창하는 우주 끝을 가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 모든 은하마다 그 중심부에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아주 머나먼 미래에 온 우주를 평정한 극초대형블랙홀의 특이점이 폭발하면서 새 우주가 시작할지도 모른다.
 
천체물리학의 약점은 실험해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이란 관찰과 실험을 통해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면 그것은 오히려 철학의 범주에 든다. 백 년쯤 전 아인슈타인이 한창 뜨던 시절에 양자역학이란 기상천외한 물리학이 등장해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거시세계에서는 잘 들어맞았던 물리학이 아원자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 일이 생겼다.  
 


곱셈의 답은 곱하는 것의 순서와 관계가 없어야 한다. 3 곱하기 5가 15라면, 당연히 5 곱하기 3도 15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곱할 것의 순서를 바꾸니 답이 다르게 나오는 행렬역학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아인슈타인이 길고도 어려운 수학 계산으로 추측했던 블랙홀이 그 실체를 드러내자 그나마 연명하던 물리학에 문제가 생겼다.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까지는 멀쩡하다가도 거기만 넘어서면 건전한 물리학은 더는 정상 기능을 하지 못했다. 블랙홀을 다룰 수 있는 정도의 물리학이 있어야 빅뱅을 설명하고, 급팽창과 가속팽창 하는 우주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아직 그 단계에 다가서지 못했다.
 
오래 전에 세균의 존재를 몰랐을 때는 병이 전염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런 어느 날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세균이란 것이 병을 옮긴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 라듐이 발견되었을 때, 그 신기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인 줄 알고 치약에도 넣고 화장품에도 첨가했다. 접촉하면 생길 방사성 물질 피폭 위험을 몰랐다.  
 
인수분해와 근의 공식을 깨우친 중학생에게 고등학교 미적분을 내놓으면 같은 수학인데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아직 그 수준이 되지 못해서다. 지금 우리의 물리학은 고전물리학을 지나 막 양자역학을 이해하려는 단계에 와 있다. 블랙홀의 특이점을 이해하기는 아직 갈 길이 먼 형편이다.
 
138억 년 전 우주의 모든 것이 한 점에 모여 있었다. 부피는 없지만, 질량이 무한대인 블랙홀 특이점 같은 것이 한계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여 생긴 것이 우주인지 모른다.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그리고 강한 핵력 등 우주의 모든 힘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더욱 고차원적인 블랙홀 물리학이 기대된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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