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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스탠퍼드 교수 "한인 과학기술인 지원 네트워크 중요"

뇌 연구 바탕 '엘비스' 창업
뇌질환 진단기기 상용화 임박

"재외 거주 한인 과학자는 사실 지지해주는 네트워크가 없습니다. 저는 '맨땅에 헤딩'하듯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식으로 했지만, 지원이 있다면 훨씬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5일 서울에서 개막한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이진형(46·사진) 스탠퍼드대 교수 겸 뇌 질환 진단 기업 '엘비스' 창업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진형 교수.

이진형 교수.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원으로 유학, 전자공학 박사 취득 후 같은 학교에서 종신교수로 재직하며 벤처기업을 창업해 운영하는 그는 두 나라에서 그간의 분투를 "무릎이 까지게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것"에 비유했다.

유학 이후 20여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며 미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미국에서 아시안 여성으로서 독창적인 연구를 해나가는 데 말로 다 못 할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일을 하려다 보니 국적을 따지더라"며 재미 한인 여성 연구자와 기업인으로서 두 나라에서 활동하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뇌신경과 헤모글로빈의 농도 관계를 규명한 2010년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게재되고, 이후 뇌 질환 연구와 뇌 회로 분석, 뇌 건강관리 등 연구를 확대했으며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2013년 실리콘밸리에서 엘비스(LVIS)를 창업했다.

2018년 50대 이상 세대의 삶의 질 개선과 건강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라이나 재단이 수여한 '라이나50+ 어워즈'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고, 이듬해에는 국립보건원(NIH)이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파이어니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할 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공부해야겠다는 지향점은 없었다며 "재미있는 방법론을 열심히 배우고, 그냥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유학 중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하게 되면서 '뇌 질환 해결'이라는 문제에 대한 목적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제 연구가 저희 할머니는 도와드리지 못했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은 도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엘비스는 두뇌 회로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뉴로매치'를 개발, 뇌전증 진단에 사용하기 위해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환자의 뇌를 일종의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뇌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알아볼 수 있는 이 의료기기는 연내 미국과 한국에서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주위 학생들과의 경쟁과 상대적 비교에 지친 학생들에게는 "어쨌거나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면 기회는 온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의 힘이 너무 세고 빠른 변화가 일어나는 이 시대에 과학자인 것은 행운"이라며 "사회에 있는 많은 문제 중에 무엇을 풀어서 기여를 할까 하고 사고를 전환하면 신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100만명 있어도 상관없다"며 "세상에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가 100만개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공부보다는 회사 경영이 훨씬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문제 하나를 찾아서 그걸 풀면 되는 공부에 비해, 못해도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경영은 종합예술"이라며 미소 지었다.

류정일 기자 ryu.je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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