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벌거벗은 임금님은 곧 우리의 모습
카메라를 들고 벌거숭이들의 행렬 사이로 들어갔다. 나체의 한 남성이 머리에 왕관을 쓴 채 자전거를 몰았다. 등에 쓰인 문구가 인상 깊다.
‘The Emperor’s New Clothes(황제의 새로운 옷)'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의 원제다.
자전거를 탄 벌거숭이들은 세상을 향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묻고 싶었다. 그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한참을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봤다. "왕이 벌거벗었다"고 깔깔거리던 순진한 어린아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동화 속 소년의 외침은 현실에 대한 '이견'이었다.
186년 전 출간된 벌거숭이 임금님이 지금 이 시대를 향해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거짓임을 뻔히 알면서도 아첨하고 사실을 가리는 이들이 많다. 달콤한 말로 상대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이들도 존재한다. 작은 어린아이가 진실을 말해도 애써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 어리석은 '나'를 들키기 싫어서다.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모습 아닌가. 우리 자신도 벌거숭이 아니겠는가.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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