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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작가의 마감

*월*일 고뇌를 자랑거리로 삼지 마라, 라는 지인으로부터의 편지./ *월*일 173센티미터의 털복숭이. 부끄러움 때문에 죽다, 그런 문구를 떠올리며 혼자서 낄낄 웃었다./ *월*일 말하지 않으면 슬픔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라고 했던가. 꼭 들어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 아니, 이제 됐다. 그저…. 어젯밤 1엔50전 때문에 세 시간이나 그녀와 말다툼을 했다. 속상하기 그지없다.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안은미 엮고 옮김 『작가의 마감』
 
굳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마감에 시달려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글들이 많다. 일본의 유명 작가들이 마감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작가라는 업에 대해 쓴 에세이들을 모았다. 받아들인 원고청탁을 후회하고 글이 잘 안 나가서 전전긍긍해하는 ‘평범한’ 모습들이다. 인용문은 다자이 오사무의 ‘번민 일기’의 일부다. 짧은 일기 글 안에 창작의 고통, 삶의 불안이 읽힌다. “*월*일 부끄럽고 부끄러워 견딜 수 없는 곳의 한가운데를,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로 찔렀다. 날아올랐다. 게다 신고 기찻길로! 한순간 장승처럼 우뚝 섰다. 풍로를 찼다. 양동이를 걷어찼다. 작은 방으로 가서 주전자를 장지문에! 장지문 유리가 소리를 냈다. 밥상을 찼다. 벽에 간장. 밥공기와 접시. 내 대신이다. 이 정도로 때려 부수지 않으면 나는 살아갈 수 없다. 후회 없음.”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한 그는 또다른 글에서 “왜 사는가. 어째서 글을 쓰는가. 그것은 의무를 수행하기 위함”이라며 “사랑이란 결국 의무를 수행하는 일”이라고 썼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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