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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캐나다 산불과 포에버 케미칼

박춘호

박춘호

27일 시카고를 포함한 중서부 대부분의 하늘이 뿌옇게 흐렸다.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도시 전체가 물들었다. 시카고뿐만이 아니었다. 북쪽으로는 노스 다코타와 사우스 다코타를 거쳐 미네소타에서 남쪽으로는 오하이오와 아이오와 주까지 중서부 주요 도시 하늘이 연기로 가득했다. 대기질 상태를 알려주는 스마트폰의 일기예보 앱을 확인했더니 중서부 지역 대부분이 빨간 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켄터키주 남쪽으로, 오하이오 동쪽으로 한참을 가야 덜 심한 노란색이 나올 정도였다. 며칠 전부터 스마트폰 초기 화면은 공기의 질이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경고 표시가 떠 있었다.  
 
원인은 캐나다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연기 때문이었다. 캐나다에서는 올해에만 남부 온타리오 지역을 비롯해 모두 3000건에 달하는 산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1900만 에이커의 면적이 불에 탔다고 알려졌다. 산불로 인해 생긴 연기가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중서부 지역 공기를 탁하게 만든 것이다. 종종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중서부 지역 공기가 나빠진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북쪽 이웃 국가인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이 시카고의 공기를 나쁘게 만들었다.  
 
27일 시카고의 가시거리는 1마일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운전에 영향을 끼쳤고 외부 활동도 어렵게 하는 등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대기질 지수가 건강 우려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주민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나쁜 공기가 하늘을 뒤덮고 말았다. 이 정도가 되니 그동안 몸소 느끼지 못했던 깨끗한 공기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최근 시카고 지역에도 영향을 끼치는 오염 관련 또 다른 뉴스는 포에버 케미칼이다. 일상 생활에 널리 사용되는 이 화학품은 몸안에 들어가면 배출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M이나 듀퐁사와 같은 회사들이 오랫동안 유명 제품에 사용했던 화학품인데 생활용품 전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일반 주방에서 사용하는 후라이팬 코팅제가 대표적이다. 후라이팬에 음식이 달라붙지 않게 하기 위해 코팅제를 입히는데 여기에 포에버 케미칼이 쓰인다. 또 배달 음식을 담는 용기와 햄버거와 피자 등의 패스트푸드 음식을 싸는 포장지, 종이 접시 뿐만 아니라 카펫과 의류, 화장품 등에도 사용된다.  
 
하지만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이 화학품은 불임과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특히 신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선천성 기형과 유방암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으로 의학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 물질을 사용하는 공장이 일리노이에도 위치하고 있다. 주 서부 미시시피강 연안을 따라 들어선 공장에서 이 물질을 대량으로 사용했고 결국은 공장 인근 지역을 오염시켜 상수원에 화학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 호수가 아니라 우물을 상수원으로 삼고 있는 일리노이 주민 100만명이 포에버 케미칼에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록포드 인근 록튼에 거주하는 일리노이 주민들 역시 포에버 케미칼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 이유는 좀 특이하다. 이 곳에서는 지난 2021년 윤활유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를 진화하는 과정에서 포에버 케미칼이 들어간 소화용 거품을 사용했고 이 물질이 상수원에 유입되면서 오염됐다고 알려졌다. 윤활유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였기에 일반 소화기로는 진화가 힘들었고 포에버 케미칼로 만들어진 특별 소화용 거품이 필요했는데 이 물질이 결국은 상수원을 오염시킨 것이다. 오염 지역에서는 허용치 보다 최대 60배가 넘는 포에버 케미칼이 검출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리노이는 대표적인 청정 지역이다. 다운타운 호숫가에 나가면 깨끗한 미시간 호수와 시원한 바람으로 느낄 수 있는 공기는 오염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물은 오대호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가뭄이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단수가 실시되고 잔디에서 물을 마음대로 주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는 적어도 시카고와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대기 상태 역시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 지대가 몰려 있는 것도 아니여서 비교적 깨끗한 공기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시카고를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쉽게 하는 말이 공기 좋고 물 깨끗하다는 것일 정도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공기가 탁해지고 화학품으로 오염된 상수원에서 공급되는 물을 마신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공기와 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다. 외국에서 발생하는 산불이야 어떻게 할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화학품으로 오염된 상수원에 대한 감시와 규제는 더욱 촘촘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시카고 지역에서 공기 오염이 가장 심한 지역은 화물 기차와 트럭이 몰려 있는 곳이다. 또 고속도로 인근 지역 역시 다른 곳에 비해 오염 정도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물과 공기에 대한 소중함은 결국 위기가 찾아오고 나서야 체감하게 된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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