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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세계] 생계비 위협과 기후 재앙

인플레이션은 노상강도처럼 폭력적이다. 무장 강도처럼 무섭다. 저격수만큼 치명적이다. 물가상승을 억제하려 고군분투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우리나라 1분기 실질임금이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폭이라 서민의 고달픔이 느껴진다. 작년 실질임금이 죄다 하락하는 와중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헝가리만 실질임금이 2.6% 올랐다. 그런 헝가리도 올해 인플레이션 앞에서 맥을 못 췄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4.0%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3%, 전월 대비 0.4% 상승해 물가 불안은 여전하다. 그간 일손이 부족한 노동시장 덕에 서비스 분야 블루칼라 일자리 급여가 특히 가파르게 올랐다. 통화정책 당국은 높은 물가, 임금 상승, 낮아진 구매력의 악순환 속에서 통화정책의 항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세계 식량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린 후 5월 약 1년 만에 소폭 상승했다. 설탕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설탕 가격은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과 외식비를 비롯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하반기 주요 변수로 엘니뇨로 인한 기후 이변을 꼽는다. 세계기상기구도 올 중반부터 엘니뇨로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홍수·가뭄·폭염 같은 극단적인 날씨는 설탕을 비롯한 곡물 생산에 악영향을 준다. 오경의 하나인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는 ‘음식남녀’ 구절이 나온다. “음식과 남녀 간의 사랑은 사람들이 크게 바라는 일이고 사망과 빈고(貧苦)는 사람들이 크게 싫어하는 일이다.” 공자의 말씀을 헤아리며 인간의 근원적 고통을 생각한다. 작금의 서민 가계 생계비 위기의 근저에는 기후변화에 기인한 팬데믹이 자리했었다. 기후 재앙이 시시각각으로 삶의 저변을 할퀴는 현실을 모두가 목도하고 제대로 대응해야겠다.

조원경 /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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