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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산 할아버지 구름모자 쓰고’

최미자 수필가

최미자 수필가

한국의 한 친구가 지난달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공연장에서 3형제 그룹 ‘산울림’의 멤버였던, 김창훈의 ‘시(詩) 노래 500곡’ 기념 공연을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그도 노년에 들어섰지만  노래에는 엔돌핀이 솟아나는 힘이 있었다고.  
 
김창훈은 두 해 전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시에다 곡을 붙이는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빈 종이에 시를 적고 그 시들과 마주 앉으면 저절로 음악적인 영감이 와 하나의 곡으로 완성된다 하니 그는 천재적인 예술인 모양이다. 그렇게 만든 노래가 벌써 500곡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한국에 가 살고 싶다. 맛있는 음식 마음대로 사 먹으면서 친구처럼 주말마다 공연이나 뮤지컬을 보러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1977년인가.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던 시절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제1회 대학가요제’를 봤다. 특히 대상을 받은 ‘나 어떡해’라는 곡은 참 멋지고 흥미로운 노래였다. 그런데 그 곡의 작사·작곡가가 김창훈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그리고 2008년 캐나다 밴쿠버에 살던 산울림의 막내 김창익(드럼연주)씨의 사망 소식은 충격이었다. 눈이 많이 와 지게차 작업이 위험하다며 사장인 본인이 직접 운전하다 경사 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당했다 하니 더욱 안타까웠다. 함께 활동했던 형들은 이 믿어지지 않았을 소식에 얼마나 슬펐을까. 다행히 산울림 밴드의 둘째인 김창훈이 이처럼 기념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다.  
 


산울림 3형제가 불렀던 많은 히트곡이 생각난다. 특히 ‘산 할아버지’라는 곡을 들을 때면 대학 때 소풍 갔던 추억이 희미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나도 운명에 따라 미국에 살고 있지만 이민자들의 일상은 늘 고달프다. 한때 자동차에서 CD를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곤 했는데 최근 나오는 차들에는 아예 CD플레이어가 없어 아쉽다.
 
6·25 한국전쟁의 후유증으로 우리 세대는 대부분 끼니 걱정을 하며 자랐다.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 가난했다. 나도 부모님을 돕기 위해 국가에서 등록금을 보조해주는 사범대학에 진학했다.  당시 남학생들은 거의 시골 출신이었다. 그중 ‘지홍’씨는 유난히 키가 크고 늘 웃음이 담긴 가느다란 실눈이었다. 장난기 어려 보이던 눈으로 코믹하게 부르던 그의 애창곡은 ‘서울구경’이었다.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는 가사에 이어 ‘으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로 이어지는 후렴으로 웃음을 자아내던 남학생이었다.  
 
교육 심리학 같은 강의를 들을 때면 대강당에서 모두 만났던 친구들. 화학, 물리학, 지질학, 생물학과의 정원은 각 15명이었고, 일 년에 한번은 60명이 교수님과 함께 소풍을 갔다.  
 
가끔 대구에 사는 여동창을 통해 동문들의 소식을 듣곤 했는데, 이젠 뜸하다. 모두 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어 있나. ‘산 할아버지 구름 모자 쓰고,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산 할아버지’의 노랫말이 더 가깝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최미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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