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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리커스토어 드림스’가 전하는 메시지

김예진 기자

김예진 기자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온 한인들이 많이 선택한 비즈니스 가운데 하나가 리커스토어다. 당시 특별한 기술이나 많은 자본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비즈니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0년 말쯤에는 사우스LA 지역 리커스토어의 75% 가량이 한인 소유였다는 얘기도 있다.  이들은 인종차별과 각종 범죄 피해 등 열악한 환경에도 성실함과 끈기로 경제적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리커스토어 드림스(Liquor Store Dreams)’는 한인 2세인 엄소연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다. 엄 감독은 리커스토어 업주이자 자신의 아버지 엄해섭씨를 주인공으로 이민 가정에서 나타나는 세대 및 문화 차이를 담고 있다. 이른바 ‘리커스토어 베이비’인 엄 감독도 직접 출연해 사실감을 높였다.    
 
1992년의 4·29폭동을 직접 겪었던 엄해섭씨는 여전히 아픈 기억과 흑인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다. 반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엄 감독은 인종평등 의식이 더 강하다. 엄 감독은 흑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엄씨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터졌을 때 4·29때 처럼 또 폭동이 일어날까 봐 너무 무서웠다”며 “경험하지 않았으면 얘기하지 말라”고 엄 감독에게 말하기도 한다. 반면, 엄 감독은 “경찰의 과잉진압 탓에 흑인이 죽어서 벌어진 일”라며 “흑인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슬픔을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리커스토어 드림스’에서는 차별 문제를 경험한 한인 1세대 부모와 인종화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2세대 자녀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또 세대 차이로 인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도 드러내고 있다. 여자는 나이가 되면 결혼해서 가정을 이뤄야 한다는 부모님과 결혼은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딸. 엄 감독 부녀의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은 대부분의 한인 가정이 겪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도 세대 간 갈등은 있지만 미국의 한인 가정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더해져 자칫 골이 깊어지기 쉽다. 한인 이민 가정에서는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문화 동화 작용이 일어나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거나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인 1세대와 차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세대는 무엇보다 자신의 뿌리인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필요조건이 한국어를 배워 부모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일이다. 또한 부모세대가 이민 초기에 겪었던 차별과 어려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한인 사회를 만든 부모 세대의 헌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1세들 또한 특정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엄 감독은 다큐멘터리에서 “차별은 바꿀 수 없지만, 차별을 없애기 위해 우리 자신을 스스로 교육해야 하며 싸워야 한다”며 “인종을 떠나 문화가 함께 모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문화로 인해 기존의 문화가 사라지는 현상은 문화 동화다. 하지만 한인 가정에는 두 개의 다른 문화 요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문화 공존이 더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래야만 어느 한쪽의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한인 가정은 ‘이민자 가정’, 한인 사회는 이민자 사회라는 독특함이 있다. 부모 세대는 미국 문화를, 차세대는 한국 문화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부모 세대와 차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인 차세대들의 정체성 혼란도 막을 수 있다.  세대 간 이해와 화합만이 한인 이민 역사가 더 오래 지속하고 발전할 수 있는 열쇠다.  

김예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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