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촌 없애니 블록마다 텐트
‘비상사태’ 선포 6개월…홈리스 정책 현주소①
배스 LA시장 취임 첫날 공약
반년 지났지만 큰 변화 없어
타운내 텐트 밀집지역은 감소
6가 선상 흩어진 텐트들 다수
“타운 한인 노숙자 70명 추산”
#. LA총영사관이 자리한 윌셔 불러바드와 6가 사이 뉴햄프셔 애비뉴 구간에는 직접 만든 막사형 텐트 2개와 소형 텐트 3개 등 5개가 1년 넘도록 세워져 있다. 이곳 홈리스들은 직접 텐트 주변을 청소하는 등 ‘환경미화’에도 나름 신경을 쓰고 있다. 홈리스 오든(30대)은 “시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They do nothing)”며 “숙소 제공 프로그램을 이용하다가 1년 전 나와야 했다. 지금 셸터는 자리가 없다고 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지난해 12월 캐런 배스 LA시장은 취임 첫날 홈리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배스 시장은 곧바로 저소득층 지원주택 건설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 홈리스 임시셸터, 영구주택 등을 추진할 때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 또는 없애도록 했다. 당시 그는 홈리스 문제 해결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배스 시장은 홈리스 비상사태를 연장했다. 그러면서 시정부는 5000만 달러를 투입한 ‘인사이드 세이프’ 프로그램을 통해 호텔 25곳, 객실 2만2437개를 홈리스 임시셸터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LA시의회도 15개 이상 주택 건설 프로젝트 승인을 간소화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 거리에서 큰 변화를 목격하긴 어렵다. LA한인타운에서 달라진 점이라면 단속 및 거리 청소 효과로 노숙자 텐트 밀집지는 줄었지만 골목 여기저기로 흩어져 소수의 텐트들이 더 많이 목격된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12일까지 타운 곳곳을 직접 다니며 확인해봤다. 과거 홈리스 텐트 20개 이상이 밀집했던 샤토파크레크레이션센터 4가와 샤토 플레이스 거리는 텐트가 2개만 남았다. 텐트 약 10개가 밀집해있던 LA침례교회 8가와 웨스트모어랜드 애비뉴에도 텐트 1개만 남았다. 5개 이상이던 LA한국교육원 선셋 플레이스의 텐트촌은 자취를 감쳤다. 5가와 버질 애비뉴 텐트촌도 사라졌고 노숙자 1명만 낮잠을 자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규모의 텐트촌은 올림픽 불러바드와 그래머시 플레이스 텐트촌과 LA총영사관 거리로 각각 5~6개 텐트가 세워져 있다.
비록 밀집촌은 줄었다고 해도 1~3개 정도의 텐트들이 세워진 곳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타운내 식당가인 6가 선상에는 교차로 마다 텐트들이 들어서 있다. 베렌도 스트리트 남쪽의 캠핑카 2대, 마리포사 애비뉴 북쪽의 막사형 텐트촌(3개), 아드모어 애비뉴 남쪽 막사형 텐트촌(3개), 하버드 불러바드 남쪽 텐트촌(3개), 호바트 불러바드 남쪽 막사형 텐트(1개), 맨해튼 플레이스 남쪽 막사형 텐트(1개) 등 거의 블록마다 노숙자들이 살고 있다.
텐트에서 만난 홈리스들은 정보부족, 셸터 또는 지원주택 진입장벽을 문제로 꼽았다. 6가와 마리포사 애비뉴 북쪽에 막사형 텐트를 직접 만든 호세 딜리온(30대)은 이곳에 산 지 1년 됐다고 했다. 그는 “LA카운티노숙자서비스국(LAHSA) 케이스 매니저를 통해 셸터나 호텔에 들어가고 싶지만 자리가 없다고 한다”면서 “한인타운 셸터인 라파예트 희망(Hope at Lafayette, 윌셔 불러바드와 후버스트리트)도 들어가기 어렵다. 임시숙소를 준다면 내 삶이 안정되고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불러바드와 세인트 앤드류플레이스에서 3개월째 노숙 중인 한인 전선수(63)씨는 “요즘 한인타운 홈리스 중 절반 정도가 한인인 것 같다”면서 “셸터는 출입시간이 정해져 있고 자유롭지 못해 하루 머물고 다시 가지 않는다. 한인타운은 경찰이 텐트를 단속하지만, 다운타운보다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LAHSA ‘2022 홈리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LA 카운티 전역 홈리스는 6만9144명, 이 중 LA 거주자는 4만1980명으로 집계됐다. LA시 민원서비스인 ‘MyLA311’에 1월 1일~6월 7일까지 접수된 홈리스 민원 2만7345건 중 한인타운이 속한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 관할지역에서는 926건(전체 3.3%)이 접수됐다. LA 전역 99개 주민의회 중 4번째로 높은 수치다.
홈리스 지원단체 아버지 밥상교회 마리아 조 부목사는 “한인타운 거주 홈리스는 200명 정도로 한인은 약 30%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김형재·장수아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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