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 시민권법안 위해 한인사회 힘 모아야"
‘한인 입양인 가족의 밤’ 성황
참석자들 법제화 필요성 강조
성인 된 이후 추방 사례 빈발
지난 9일 오후 6시. LA총영사관저에서는 ‘2023년 한인 입양인 가족의 밤’ 행사가 열렸다. LA총영사관(총영사 김영완)과 한국입양홍보회(회장 스티브 모리슨, MPAK)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한인 입양인 약 30명을 포함, 가족과 지인 80여 명이 모이는 성황을 이뤘다.
1년 만에 총영사관저에 다시 모인 이들은 3시간 가까이 안부를 묻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인, 백인 등 한국에서 자녀를 입양한 양부모들은 동지애를 느끼는 듯 유독 반가운 모습을 보였다. 행사 진행을 도운 총영사관 직원들도 한인 입양인과 부모를 환대했다.
특히 이날은 한인 청소년 입양인, 어엿한 성인이 된 20~40대 입양인, 에밀 맥 전 LA소방국 부국장 등 중장년 입양인, 한미혼혈인협회 회원들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입양인과 가족들은 미국에서 자리 잡은 각자의 모습을 보며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텍사스에서 나고 자란 레브렌드, 에리카 시어스 부부는 2012년 두 살배기 아들 요셉을 한국에서 만났다. 당시 6개월 된 아들 입양을 결정한 뒤, 직접 만나기까지 입양절차 승인 등 1년여 시간이 더 걸렸다. 레브렌드는 “우린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가족이 됐다”며 “요셉의 누나,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요셉을 반겼다. 텍사스를 떠나 LA로 이사한 이유 중 하나도 요셉이 한인 친구를 사귀고 한국 문화를 자주 접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곳의 다양성과 다문화가 아들에게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한인 입양인들은 ‘입양인 시민권법안(ACA)’ 캠페인을 거듭 강조했다. 입양인 시민권법안은 2001년 2월 27일 기준 만 18세 미만 입양인의 부모 중 한 명이 미 시민일 경우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아동시민권법’ 혜택을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된 입양인에게 시민권을 주자는 내용이다.
현재 양부모의 이해 부족 등으로 시민권을 얻지 못한 입양인은 4만9000여 명(한인 약 1만9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한인 입양인 중 애덤 크랩서처럼 성인이 된 뒤 한국으로 강제추방 당하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본지 6월 9일자 A-1면〉
입양인법 캠페인 단체 ARC를 이끄는 조이 알레시 디렉터는 “생후 6개월 때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입양됐지만 20대 때 남편, 자녀와 멕시코 여행을 떠나려 할 때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예전에는 양부모가 입양인 시민권 관련 이해도 부족했고 서류준비도 어려웠다. 미국에 입양돼 자랐는데 서류미비자라고 하면 정체성 혼란이 더 심해진다.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류미비자 입양인의 아픔을 전한 그는 “입양인 시민권법안은 정치 문제로 풀리지 않고 있지만 ‘인권’이 달렸다”며 “입양인 당사자, 한인 여러분, 한인단체가 연방 의회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를 촉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한인입양홍보회( www.mpak.com, [email protected])는 14세 때 미국에 입양된 스티브 모리슨(한국명 최석춘) 회장과 한국인을 입양한 한인 부모들이 결성했다. 홍보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인부부 등 300가정 이상이 한국인 아이를 입양했다.
홍보회 측은 최근 유럽과 미국 내 한인 입양인들이 과거 입양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청원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정부가 2012년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해외입양 심사를 너무 강화, 입양이 위축됐다고 우려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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