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버팀목 떠났다
고 민병수 변호사 장례 엄수
조객 150명 참석 고인 기려
4·29 때 사재 털어 무료변론
이날 추모예배는 김영완 LA 총영사를 비롯해 강석희 연방조달청 북서부지부 총괄행정관, 박병철 에베레스트트레이딩사 회장, 태미정 류, 앤 박 판사, 류영욱 한인커뮤니티변호사협회장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을 시작으로 ‘주기도문’ 피아노 연주, 조가 등으로 진행된 추모예배는 지난 60여년간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애쓰며 일했던 활동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선행 등을 알리는 시간으로 꽉 채워졌다.
예배를 집전한 제임스 이 목사는 “민병수 변호사는 내가 젊은 시절 저지른 실수로 법률 도움을 받아야 했을 때 옆에서 도움을 주고 새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이라며 “이렇게 고인의 떠나는 길을 함께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자신의 간증을 들려줬다.
김영완 총영사는 추모사에서 “민병수 변호사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나침반이었다. 살아계시는 동안 한인들의 권익 보호와 정치력 성장을 위해 앞장서셨던 시민 운동가이자 우리 모두의 변호사였다”며 애도했다.
전 한미민주당협회장이자 변호사인 해나 김씨는 조사에서 “고인은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를 도와야 한다며 누구보다 2세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시간을 할애하셨던 분”이라며 “무엇보다 4·29 LA폭동이 발생했을 때는 몇몇 커뮤니티 변호사들과 함께 사재를 털어 미주한인법률재단을 설립하고 폭동 피해자를 위해 무료 변론을 하셨을 만큼 커뮤니티를 사랑하시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전했다.
강석희 총괄행정관은 “민병수 변호사는 미국에 도착한 이후 오늘까지 한인사회를 위해서 그의 모든 정열을 바치시며 평생을 헌신하신 진정한 이 시대의 어른이자 선구자”라고 고인과의 이별에 안타까워했다.
이어 “지난 25년간 나의 정치 역정에도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신 분으로 지극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 “2004년 처음 어바인 시의원에 출마했을 때도 장거리를 운전하고 오셔서 함께 홍보물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유세를 도와주셨다. 그분의 진정성을 믿고 유권자들이 투표해준 덕분에 어바인의 첫 아시안 시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가주의 첫 한인 여성 판사인 태미 정 류 판사는 “민병수 변호사는 언제 어디서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마다치 않았다. 그분의 추천과 지지로 많은 정치인과 법조인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객들 "봉사 몸소 보여준 분"
그레이스 유 변호사는 "그분은 봉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시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걸 가르쳐주신 분이다.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후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5살 때 아버지인 고 민희식 초대 LA 총영사를 따라 가족과 함께 LA에 왔다. 1975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한인으로는 세 번째, 남가주에서는 두 번째 변호사로 합격한 후 48년간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한인 커뮤니티의 대들보이자 맏형 역할을 마다치 않던 그는 1983년 남가주한인변호사협회(KABA)를 설립했으며, 현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의 전신인 한인청소년센터(KYC) 이사(1975~83년)로 있으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LA카운티 산하 법률위원회 첫 한인 커미셔너(1983~87년)이기도 했으며, LA폭동 이후에는 한미법률재단(KALAF) 회장을 맡아 폭동 피해 업주들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 미주 한인의 날 제정과 한인타운 내 찰스 김 초등학교(2006년), 김영옥중학교(2009년), 새미리초등학교(2013년) 이름 명명에 앞장섰다. 또 세계한인교육자총연합회(IKEN) 초대 회장( 2010년), 애국동지회 고문(2013년)을 역임하며 한인 사회에 공헌했다.
한편 고인의 유해는 유언에 따라 화장됐으며 장지가 결정되는 대로 묻힐 예정이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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