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니까 걸린다, 더 독한 여름 감기
[여름특집: Health]
100도 실내, 70도 실내 오가면
급격한 온도차에 냉방병 위험
당뇨병엔 늘 시원한 환경 필요
더위로 인한 땀이 고혈당 직결
오뉴월 감기지만 걸렸다 하면 겨울보다 더 오래가고 후유증도 남아 괴롭힌다. 특히 낮에는 기온이 높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고 쌀쌀한 남가주 날씨는 더욱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준다. 높은 기온 때문에 에어콘을 풀가동하기 시작하면 여름 감기 환자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름 감기는 다른 계절 감기와 어떻게 다를까.
감기는 바이러스가 코나 목 등 호흡기로 침투해 감염을 일으키는데 여름 감기는 목의 통증, 콧물, 기침, 몸살, 고열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에 식욕 저하, 배탈, 설사 등의 위장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는 200종이 넘지만 그중 리노바이러스와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여름 감기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리노바이러스는 일반적인 감기 증상을 일으키며,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호흡기뿐 아니라 전신 증상을 일으킨다. 콕사키바이러스, 에코바이러스 같은 장 바이러스 역시 여름에 유행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모호한 열성 질환을 일으키는데, 가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나 흉막염으로 커지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급격한 체온 변화로 냉방병
감기와 냉방병은 같은 것인지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까?
햇볕을 받으며 바닷가나 공원에서 놀다가 에어컨이 가동되는 자동차나 실내에 들어서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하지만 땀이 식고 나면 어느새 서늘한 기운이 몸으로 스며든다. 약간의 추위가 느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콧물이나 기침이 나는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난다. 낮은 온도와 높은 온도 사이를 자꾸 오가면 주변온도에 적응하느라 체온 조절을 반복하다가 몸이 쉽게 지쳐 냉방병에 걸리는 것이다.
냉방병의 증상은 여름철에 약한 감기 기운이 이어지고, 몸이 나른하거나 쉽게 피로를 느낀다. 손발이 붓거나 어깨, 팔다리가 무겁고, 소화가 잘 안 될 때도 냉방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냉방병의 발병 원인은 큰 실내·외 온도 차이다.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우리 몸은 고온의 여름 날씨에 적응하는 데 1~2주가 걸린다. 그런데 요즘은 냉방시설이 잘되어 있어 100도가 넘는 바깥과 70도로 온도가 맞춰진 실내를 오가며 지내는 일을 반복한다.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경우 에어컨 바람을 쐬면 체온이 더 급하게 식는다. 더구나 에어컨을 계속 틀면 실내 습도가 낮아져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인후염이나 감기 증세가 나타나고 두통이나 소화불량도 나타난다. 또한 에어컨 냉각수의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하면 냉방병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더위 식히는 데 찬 음식이 최고?
정답은 ‘꼭 그렇지 않다’이다. 어른이고 아이고 외출 후에 돌아오면 찬물이나 찬 음식 소비가 늘어난다. 하지만 찬 음료나 음식을 먹었을 때 느끼는 시원함은 잠시뿐, 몸속을 냉하게 만들어 배앓이를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체내의 열을 발산하기 위해 몸속이 냉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끓여서 식힌 70~75도의 미온수를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게 좋다. 물 마시는 걸 싫어하거나 음료수를 찾는 아이에게는 더위도 식히고 몸에도 좋은 건강차를 먹이면 더욱 좋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약재로 더위로 지쳐 피로감을 느끼고 땀이 많이 날 때 마시면 도움이 된다는 오미자차도 좋다. 생수나 끓여서 식힌 물에 깨끗이 씻은 오미자를 담가두었다가 아이에게 먹인다
구기자는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며, 성장이 부진한 아이에게 좋다. 구기자를 깨끗이 씻어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인다. 꿀이나 레몬즙을 넣으면 특유의 향이 없어진다.
◆자라난 세균의 공격, 식중독
여름이 되면 배앓이가 잦아진다. 열이 나고 설사, 구토 증상을 반복해 병원에 가면 장염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한 음식을 먹었거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음식에 들어가 식중독을 일으킨 것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서 나타난다
여름철 식중독과 겨울철 식중독은 발생 원인 물질이 다르다. 세균성 장염은 항생제가 필요 없고 충분히 쉬면서 수액을 공급하면 며칠 내로 좋아진다.
◆물놀이 때는 몰랐지, 결막염·피부병
여름을 나면서 물놀이를 빠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수영장이나 바닷가에 갔다가 ‘물놀이 병’을 얻어오는 일이 생긴다.
수영장이 수질검사 기준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탈의실이나 수영장 바닥, 매트, 샤워장 등에는 병원성 세균이 검출될 수 있다. 무좀이나 사마귀가 있는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영장에는 이 외에도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녹농균, 이질균, 대장균 등 병원 세균과 미생물을 없애려고 쓰는 염소다. 물속에 남은 염소는 화학물질이어서 피부를 직접 자극하고 피부 세포에 손상을 준다. 피부가 거칠고 건조해지며, 붉은 반점이나 부종, 가려움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수영을 한 후에는 샤워해서 몸에 남은 염소 성분을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 수영장, 해수욕장, 워터파크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눈병이 옮기 쉽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유행성 각결막염, 아폴로 눈병이라 불리는 급성 출혈결막염에 잘 걸린다. 수영장에서는 물안경을 써야 바이러스 감염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수영 후에는 눈을 식염수 등으로 헹궈주는 게 좋다.
◆땀 많이 흘리면 주의! 당뇨 환자
당뇨병은 여름이 다가올수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위로 인한 땀 분비가 고혈당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우선 늘 시원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공급도 뒤따라야 하는데, 단 시판되는 음료수에는 설탕·포도당·과당·당알코올 등이 포함된 경우가 많으므로 가려서 마셔야 한다. 통상 권장되는 음료는 생수·시원한 보리차·냉녹차·레몬을 띄운 냉홍차 등이다. 또 미역국·오이냉국도 공복감을 줄이면서 갈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 입맛이 줄어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는 것도 혈당관리를 힘들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냉콩국수·냉채·오이냉국·겨자채 등 입맛을 돋우는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 규칙적인 식사를 유도해야 한다. 발 관리도 중요하다. 무좀이나 습진이 생기기 쉬운 데다 샌들을 신다 발을 다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맨발 대신 면양말과 통풍 좋은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발은 수시로 씻고 매번 완전히 말린 뒤 보습크림을 발라줘야 한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