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 같지 않아…1인 가구, 그 고독한 영혼들
혼자 사는 사람들(Aloners)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진아에게 말을 걸어오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인다.
진아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자발적 홀로족이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강박감이 쌓여간다. 진아의 강박은 가족관계에서 시작됐다. 17년 전 외도로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아버지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다시 돌아왔다. 진아에게 아버지는 용서할 수 없는 타인이다. 하지만 유일한 가족인 그와 절연을 하지 못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홍성은 감독의 데뷔작이다. 고독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모티브를 얻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5가구 중 2가구가 1인 가구인 한국 사회에서 저마다의 외로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문제작으로 엮어냈다.
현대 사회는 점점 더 파편화되어 가고 있다. 진아를 비롯한 다양한 세대의 인물들이 경험하는 고독감이 남 이야기 같지 않다. 그들의 내밀한 마음속 풍경이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영화는 10년 차 배우 공승연이라는 배우의 차분한 내공 연기가 시작점이다. 무표정한 표정,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되는 그녀의 조용한 존재감 안에는 홀로의 삶을 강요당한 외롭고 고독한 영혼이 숨어있다.
작가는 소외된 영혼들을 소중하게 보듬고 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고립이 타인에게 받은 상처와 이별로 인한 상실감에서 온 것은 아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흐트러짐 없이 ‘홀로’ 상태를 유지하던 진아는결론부에서 자신이 홀로 사는 방법을 잘못 알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건조하기만 했던 그녀의 소외감이 작은 물방울처럼 소속감으로 회복되고 비로소 삶의 새로운 첫걸음을내디딘다.
모든 것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원망이 차지하고 있던 마음의 그 공간을 비워 내지 않고서는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가족과 남이라는 상반된 성질을 가진 존재들과 얽혀 살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이다. 결국 버려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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