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돈을 씻는 방법
미국 이민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많이 하는 또 다른 유형의 불법 자금세탁이 있다. 해외에서 발생한 경비처럼 속여 기업은 해외로 자금을 송금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돈을 해외에서 투자한 돈이나 차입금, 또는 증여를 받은 것처럼 위장해서 미국으로 다시 가지고 들어 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런 거래를 막기 위해서 해외에 계좌가 있는 납세자들에게 미리 신고하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미국에서 1986년에 제정된 자금세탁방지법은 대략 이런 내용이다.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얻게 된 수입을 유통시키기 위해 이런 자금의 출처나 진짜 주인을 숨기려는 모든 금융 거래는 불법이다.” 여기서 금융거래란 은행뿐만 아니라 개인간의 자금거래도 모두 포함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수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거래를 통해 움직인 모든 돈을 의미할까? 아니면 불법을 통해 얻은 이익금만을 의미할까? 이 구분에 따라 벌금액도 달라지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금세탁법의 적용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인디애나 주에서 몇 년 전 이런 일이 있었다. 산토스는 20여년 동안이나 불법 사설 복권을 팔았다. 산토스의 사설 복권을 대리해서 판매한 곳은 주로 술집이나 식당들이었다. 식당 주인들은 15%에서 25%의 수익금을 미리 떼고, 나머지를 산토스의 심부름꾼에게 전달해 준다. 이 돈을 전해 받은 심부름꾼들은 이 돈을 전부 산토스에게 가져다준다. 산토스는 이 돈 중에 일부를 당첨된 손님들에게 상금으로 지급한다. 상금을 뺀, 수익의 일부는 직원들에게 커미션으로 나누어 주고 나머지는 산토스가 이익금으로 챙겼다. 이러다가 산토스가 붙잡힌 것이다. 산토스에게는 불법복권판매에 대해서는 유죄가 내려졌다. 하지만, 자금세탁방지법에 대해서는 다툼이 생긴다.
그가 불법적으로 자금세탁을 한 금액은 손님들이 복권을 판매한 총금액일까? 아니면 마지막에 산토스가 이익으로 챙긴 금액일까? 만일에 자금세탁방지법에서 정의한 불법행위를 통한 수입이 “총수입”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중간에 아무 소득도 없이 복권판매대금을 전달해준 심부름꾼들도 자금세탁방지법을 어긴 것이다. 그리고 산토스의 벌금이나 징역형도 복권판매액 전체에 대해 내려져야만 한다. 하지만, 자금세탁방지법에서 정의한 불법행위를 통한 수입이 “순수입”만을 의미한다면, 아무 수익도 없이 돈을 전달하기만 한 심부름꾼들은 자금세탁방지법과는 무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산토스의 벌도 그의 “순이익”에만 한정될 것이다. 2007년에 미국 대법원에서 내려진 산토스에 대한 판결에 따르면, 자금세탁방지법에서 규정한 수입은 총 복권판매액이 아니라, 산토스가 이익을 취한 “순수익”이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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