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색(色)으로 물든 모로코
모로코
흔히 모로코를 두고 '몸은 아프리카, 머리는 아랍, 눈은 유럽에' 두고 있다고들 한다. 그만큼 아프리카이면서도 중동과 유럽의 분위기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여행지다.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중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 나라다. 세계지도를 보면 대서양을 따라 길게 뻗어 있고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지중해까지 긴 해안선이 이어진다. 동쪽으로는 알제리와 국경을 맞대고 서쪽에는 대서양, 남쪽에는 서사하라, 북쪽으로는 스페인과 맞닿아 있다.모로코를 대표하는 여행지는 쉐프샤우엔, 페스, 카사블랑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모로코 왕국의 수도였고 세계 최초의 대학이 있던 고도 페스(Fes)를 보지 않고는 모로코를 방문했다고 할 수 없다.
중세 시대부터 번성했던 페스에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뱀처럼 똬리를 튼 꼬불꼬불한 메디나(MEDINA) 골목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무려 9000개가 넘는다는 좁다란 골목을 따라 천지가 바자르(시장)다. 가죽제품부터 찻주전자, 도자기, 양탄자, 전통신발 바부슈, 그 외 다양한 향료와 과일을 사고파는 인파의 북적이는 소리와 짐을 가득 싫은 당나귀들의 숨소리가 가득하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골목 메디나와 함께 페즈에서 유명한 것이 테너리라 불리는 무두장 구역이다. 맨발로 이리저리 밟는 게 모로코식 무두질로 모로칸들은 현재에도 중세의 방법을 그대로 계승해가고 있다. 웅덩이마다 색색의 염료를 풀고 양이나 소가죽을 옛 방식 그대로 작업하는데 이 염색 원료에 가축 배설물을 함께 섞기 때문에 냄새가 꽤나 고약하다. 입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민트 잎을 코에 대면 지독한 냄새를 희석해 주는 역할을 한다. 특유의 이색적인 풍경 덕에 테너리는 전 세계 포토그래퍼들이 사랑하는 출사 명소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또한 모로코 북서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쉐프샤우엔(Chefchaouen)은 '하늘색 도시'로도 유명하다. 경사진 산비탈을 따라 마을 전체가 다채로운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 도시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페인트칠을 하여 마을을 파랗고 하얗게 유지한다고 한다. 하늘과 땅이 모두 파랗게 물들어 마치 동화 속을 다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도시들과는 달리 '하얀 집'이란 뜻의 카사블랑카(Casablanca)에는 유럽의 정취가 가득하다. 카사블랑카 영화팬이라면 한 번쯤 들러보고 싶은 이 도시의 명물은 모로코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종교 건축물인 하산 2세 모스크다. 엄청난 위용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데다 1993년 완공된 비교적 최신 모스크답게 내부 역시 유리 바닥, 개폐식 천장 등 최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모로코의 도시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물들어 있다. 제법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다고 자부하지만 모로코만큼 예술적으로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하얗게 물든 여행지는 어디에도 없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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