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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마지막 100km, 나를 내려놓는 걸음

[산티아고 순례길 최종 구간]
사리아 출발 하루 15~25km씩
6일 소요…체력 무리없어 추천
사방 푸른초목인 5·6월이 적기
뿔포·하몽, 외지인들에 별식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

야고보 사도의 발자취를 걸어보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순례자의 길로 알려져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걸어보고 싶은 곳이다.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Compostela) 성당으로 향하는 순례길 루트는 10여 군데가 넘는다. 그 가운데 프랑스 국경의 상장에서 출발하여 스페인 북서쪽에 있는 산티아고까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이 루트의 거리가 800km이기 때문에 하루에 20km를 걷더라도 순례를 마치는데 40일이 소요된다.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성찰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800km를 완주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시간적 제약이 있고 체력적으로 무리가 된다고 생각되면 마지막 100km를 걸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순례길 중간에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를 겸한 호스텔 알베르게.

순례길 중간에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를 겸한 호스텔 알베르게.

순례길에서 만나는 현지인의 환대는 카미노의 전통이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현지인의 환대는 카미노의 전통이다.

 
순례자의 길은 모든 짐을 배낭에 메고 걸으며 잠은 알베르게(albergue)라는 호스텔에서 자고 음식을 사먹거나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일반적이다. 알베르게는 대부분 화장실과 부엌을 공동으로 쓴다. 가격은 하루 8~20유로 정도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면 저비용으로 순례길을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이다.
 
아침, 저녁을 제공하는 호텔에서 묵으면서 짐을 다음 장소로 운반해주는 가이드 서비스가 있다. 실제로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가이드 서비스 회사를 통해 마지막 100km 코스를 다녀온다. 비용은 하루 100유로 정도다.
 
마지막 100km의 순레길이 매력적인 이유는 나름대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경험하면서도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지않는다는 이유와 일부 구간만 걷는데도 순례증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마지막 100km는 많은 순례자들의 인생에서 가장 감동과 감격이 넘치는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코스는 산티아고에서 동쪽으로 116km 떨어진 사리아(Sarria)라는 도시에서 시작한다. 하루에 15~25km씩 6일 동안 걸어서 마치는 일정이다.
 
먼저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가이드를 만나 출발점인 사리아로 향한다. 각 그룹은 최소 7명에서 많게는 15명 정도까지인데 첫날은 사리아에서 포토마린까지 약 22km를 걷는다. 가는 길목마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이정표가 잘 비치되어있어 길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다.
 
5, 6월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에 참 좋은 때이다. 사방이 푸른 초목으로 덮여있고 야생화가 핀 초장이 나타난다. 한동안 시골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사는 마을 통과한다. 첫날 숙박지인 포토 마린은 타운 입구에 커다란 강이 흐르는 곳으로 정갈하고 예쁜 건물들이 많다.  
 
둘째 날은 약 25km 떨어진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까지이다. 첫날과 둘째 날은 조금 많이 걸어야 한다. 일반 호텔에는 방에 전자 레인지가 없다. 한식을 먹어야하는 경우 물 끓이는 주전자를 준비하면 좋다.
 
셋째 날,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졌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우비를 챙겼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배낭이 젖으므로 배낭 커버가 필요하다. 신발은 조금 젖을 수 있으나 신발 커버나 장화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중간에 마을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카페를 겸한 알베르게가 있다. 그리고 순례자 여권을 위한 도장도 이곳에서 찍을 수 있다. 점심은 별도로 제공되지 않으므로 이곳에서 쉬면서 간식이나 샌드위치로 점심을 한다.
 
갈리시아 지방의 대표 음식인 문어요리 뿔포와 돼지 하몽.

갈리시아 지방의 대표 음식인 문어요리 뿔포와 돼지 하몽.

 
스페인에서는 음식에 항상 포도주를 곁들인다. 맥주도 있지만 선택 가짓수는 거의 없다. 이곳에서 흔히 보는 문어 요리인 뿔포(pulpo)와 돼지 뒷다리를 훈제한 하몽(Jamon)은 외지에서 온 이들에게는 별식이다.
 
순례길은 작은 마을을 여럿 지나면서 아름다운 농촌의 들판을 따라 걷는다. 스페인의 북서부 지역인 갈리시아는 물이 풍부하고 토양이 비옥하다. 많은 작물이 경작되고 목축업도 왕성하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은 음식도 푸짐하게 서브한다.
 
간혹 고색창연한 호텔을 만난다. 곳곳에 주인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묻은 흔적이 역력하다. 주인이 직접 와인과 음식을 서빙하면서 음식에 대해 설명해준다.
 
다섯째 날은 아르주아(Arzua)에서 루아(Rua)까지이다. 조금 거리가 먼 약 20km를 걷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별다른 점은 없다. 순례길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를 나누면서 걷다 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마지막 날은 루아에서 산티아고까지 약 10km를 걸어간다. 출발한 지 오래되지않아 드디어 산티아고의 시가지가 보인다. 그리고 시가지 중앙에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첨탑이 보인다.
 
산티아고 대성당은 순례길을 따라온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는 곳이자 순례자들의 종착점이다. 이곳 대성당에서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가 있다.
 
인간의 죄를 사해주기 위해 이 땅에 온 예수를 구주로 믿는 많은 순례자들은 이 시간을 통해 스스로 인생을 되돌아보고 하나님 앞에 조용히 자신을 내려 놓는다. 신부들이 힘차게 올려주는 향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향이 그동안 순례길을 걸어온 순례자의 머리 위에 가득히 퍼진다.
 
오후에는 순례 증서를 나누는 조촐한 식을 거행하고 마지막 저녁을 함께했다. 산티아고는 고색창연한 도시이다.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건물과 도로는 걸어만 다녀도 재미나다.
 
순례자들과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골목길은 각종 기념품점이 가득하고 산해진미가 넘치는 음식점들로 즐비하다. 스페인 그 어느 도시 이상으로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마지막 100km 구간에서 혼자만의 성찰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은 어렵다. 스페인 북부의 순례길을 잠시 들여보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스페인 시골 지방을 경험하고, 그리고 순례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배우고 그 가운데서 미래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여정이었다.
 
김인호씨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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