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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쉼 표시

살기가 참 바쁩니다.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삽니다. 하긴 쉰다고 하면서도 휴대폰부터 찾습니다. 쉴 때조차도 바쁜 느낌입니다. 언제나 제대로 쉴 수 있을까요? 쉼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최근에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아이들의 교통사고 소식입니다.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는 것만큼 허무하고 안타까운 일이 없습니다. 특히 그 생명이 아이인 경우에는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에 감정이 닿아 더 쓰라렸을 겁니다. 제발 부디 더 이상 교통사고에 의해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없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정지, ‘stop’에 관한 표지판이 매우 적은 느낌입니다. 통계로 조사해 보면 더 정확하겠으나 눈대중으로 봐도 매우 부족합니다. 사거리나 골목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정지 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큰길을 달리는 차도 조심을 해야 하지만 골목이나 작은 길에서 나오는 경우는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나가는 길이 좁은 길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반드시 정지 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길의 너비가 비슷한 경우에는 네 쪽 모두 정지 표지판이 필요합니다. 물론 신호등도 필요하겠지요. 신호가 없는 길이라면 반드시 정지 표지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다니다 보면 그야말로 정지표지판이 없어서 눈치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치는 융통성이 아니라 위험성입니다. 눈치가 사고를 부릅니다. 정지 표지판이 있으면 먼저 온 차가 먼저 갑니다. 이런 규칙이 예의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거리에서 멈추지 않거나 멈추는 듯 출발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건널목 앞에도 정지 표지가 있으면 위험은 줄어들 겁니다.
 
 ‘정지’라고 쓰여 있는데도 무시하고 지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이 언어의 힘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바뀐 우회전 때문에도 말이 많은데 우선 정지 표지판부터 세우기 바랍니다. 글자가 있는 표지판은 규칙이 됩니다. 저는 말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이나 글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힘을 갖는지 늘 깨닫습니다. 표지판에 정지나 멈춤이라고 쓰여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변화할 겁니다.  
 
그런데 문득 정지나 멈춤 대신에 쉼이라고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지나 멈춤도 의미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쉼이라는 말은 잠깐이나마 마음을 챙기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멈춤이나 정지가 명령의 느낌이라면 쉼은 권유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또한 쉼은 몸뿐 아니라 마음을 쉬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쉬다의 어원은 숨을 쉬는 것이기도 합니다. 숨을 크게 쉬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쉼의 근원적인 의미인 셈입니다. 한자어로 하면 휴식(休息)이라는 어휘를 씁니다. 휴식의 휴(休)는 몸을 쉬는 것을 의미하고, 식(息)은 숨을 쉬는 것을 의미합니다. 휴는 나무 그늘에 지친 몸을 쉬는 겁니다. 그리고 식은 크게 숨을 쉬어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쉬는 것은 바로 몸과 마음을 쉬는 것입니다.  
 
한편 ‘쉼’은 한 글자여서 정지나 멈춤보다도 경제적이네요. 이왕이면 좋은 글씨체면 기분이 좋겠습니다. 이제 쉼 표지판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쉼 표지판을 보면 동네의 사거리나 위험한 우회전 앞에서는 잠시 몸도 마음도 쉬었다 가기 바랍니다. 그게 사람을 아끼고 더 이상 어이없는 이별을 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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