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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다시 찾은 멋진 도시, 폼페이!

폼페이! 세상에는 7대 불가사의가 있지만 폼페이는 나에게 그 불가사의 이상의 도시다. B.C. 89년도부터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간 이후 철저하게 로마화가 진행된 도시였다. 지금처럼 컴퓨터도 기계도 기술도 재료도 교통수단도 통신수단도 없던 시대에 순전히 수작업으로 동물들이 나르는 마차로 그 마력적인 도시를 세울 수 있었다니 믿기가 어렵다.  
 
이 도시는 현대인의 안목으로 보아도 과학적으로 잘 계획되고 구획된 도시임이 틀림없다. 반듯하게 정리·정돈된 격자무늬의 도로와 건축물들, 상하수도, 2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던 원형극장(콜로세움이 세워진 기원전 70년보다 150년이나 일찍 지어졌다)과 광장, 질서정연한 상가들, 채광시설과 수증기를 이용한 최첨단의 스타비안목욕탕, 프레스코 벽화로 화려하게 장식된 식당들과 상류층의 호화별장에는 멋들어진 정교한 조각품과 신화적 내용을 담은 모자이크, 잘 가꾸어진 워터 가든은 2000년 후인 지금 보아도 너무나 훌륭하다.  
 
실은 이번이 폼페이 방문 세 번째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믿지 않았다. 누군가 지어낸 시나리오라고 믿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방문하고 계속 연구하고 나서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모든 문명이 발달하는 데에는 언어와 문자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들은 어떤 언어로 그들의 문화와 문명을 전수했느냐는 항상 나의 지대한 관심사이다. 그 당시 폼페이는 거의 완벽하게 안정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산의 화산폭발로 하늘에서 비 오듯 쏟아져 내리는 엄청난 양의 흙과 돌덩이들은 순식간에 폼페이를 뒤덮고 고온 가스와 열 구름에 질식하거나 열에 타죽은 인구가 자그마치 약 2000명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도시 전체는 화산재 밑에 묻혀버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완전히 잊혔다.  
 


인류 역사상 많은 대지진과 지진해일 그리고 원폭 투하로 천문학적인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로 인류는 멸망과 파멸을 경험해왔다. 역사 속으로 퇴장했던 폼페이가 다시 역사 속에 등장한 것은 1592년 폼페이 위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였다. 이 얼마나 불행 중 다행한 일인가! 그 당시는 건물 몇 채와 회화작품이 전부였다. 1748년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프랑스 부르봉 왕조가 독점사업으로 발굴을 시작해 프랑스 왕궁으로 실어 갔다. 1861년 이탈리아가 통일되면서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가 조직적으로 발굴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65%가 발굴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도시 밑의 도시 발굴사업은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수 세기 동안 두꺼운 화산재와 잔해들에 묻혀있던 이 유적들은 놀랍게도 잘 보존되어 있다. 화산폭발 당시 희생되었던 사람들은 굳어진 잿더미 속에서 시신이 썩으면서 공간이 생겨났다. 그 공간에 석고 반죽을 채워 넣자 폼페이 사람들의 최후의 순간이 살아났다. 최후의 그 날을 증언하는 시체 석고 작업은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뜨거운 화산재의 열기를 견디지 못해 입과 코를 막고 앉은 자리에서 숨진 자, 배 속의 아기를 보호하려고 엎드린 모습의 임산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몸부림치는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은 개,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죽음을 맞은 한 쌍 연인의 모습도 보인다.  
 
상공에서 이 도시는 일정한 간격으로 구획된 격자형 도시다. 도심 곳곳으로 연결된 중앙도로는 큼직한 판 돌을 깔아서 만든 견고한 포장도로다. 마차길 양옆으로 보행자용 인도가 따로 있고 건널목에 해당하는 곳에는 디딤돌이 놓여있다. 세 번째 방문을 통해 더는 의심하지 않고 믿기로 했지만 2000년 전의 인류의 현명함과 지혜에 감동은 멈출 수가 없고 위대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리고 폼페이가 지진으로 파괴되지 않고 화산재에 묻혔기에 발굴할 수 있었던 점은 우리 인류의 행운이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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