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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종이로 만든 옷: 60년대 하이테크 패션

뮤지엄 오브 아트 앤 디자인 ‘종이 세대’ 설치 장면 Museum of Art and Design, New York City. [사진 변경희]

뮤지엄 오브 아트 앤 디자인 ‘종이 세대’ 설치 장면 Museum of Art and Design, New York City. [사진 변경희]

뮤지엄 오브 아트 앤 디자인의 특별전시장에 기획전으로 마련된 것은 ‘종이 세대: 60년대 패션 현상(Generation Paper: A Fashion Phenom of the 1960s)’이라는 신기한 패션 전시이다. 2023년 상반기에 아트와 테크놀로지를 다루는 전시가 많이 선보였지만 이처럼 특이한 기획은 없었다. 원래 애리조나의 피닉스 미술관에서 기획한 종이로 만든 드레스 전시는 1960년대 제지산업의 새로운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지금도 화장지 만드는 제조업체로 유명한 스콧 제지회사는 1966년 직조방식이 아닌 방수가 되는 페이퍼 소재의 섬유를 선보였다. 우주시대를 맞이한 신소재 개발을 홍보하기 위해 대중들을 위해서 에이 라인 스타일의 반소매 드레스, 비키니 수영복, 앞치마, 모자 등 홍보제품을 만들어서 배포하였다.  
 
이들 소재는 지금 페덱스(Fedex) 등의 우편물 봉투 혹은 병원의 일회용 가운 등에서 보는 섬유와 비슷하다. 생분해성 의료용 가운(biodegradable medical gown)은 대부분 직조되지 않은 나무 펄프로 만들어진 옷이다. 한편 듀폰 화학회사의 터벡(Tyvek)이라고 불리는 펄프형 파이버는 사실상 플라스틱형 섬유로서 방수, 방염 등이 가능하여 봉투 등 수송 재료로 많이 활용된다.  
 
이번 전시에 드레스들은 화려한 꽃무늬 혹은 기하학적 패턴이 강하게 들어간다. 이것은 1960년대 유행한 팝아트와 시각적 착시 효과에 주목한 옵아트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반전 운동의 시민적 저항 운동에서는 무기 대신에 꽃을 상징으로 도입하였다.  
 
스콧 제지회사 및 여성 및 아동 생활 잡지는 이러한 홍보 물품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 쿠폰을 모아서 보내면 ‘종이’ 드레스를 사은품으로 선보이는 등 신소재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 이미지를 연속으로 인쇄한 드레스도 있다. 듀라 위브(DuraWeve)라는 상표명으로 출시된 스콧 제지회사의 신소재는 1958년 특허를 취득하고 1960년대 드레스로 만들어서 홍보하였는데 세븐틴매거진에 나온 스콧 회사 쿠폰 두 장과 1달러 25센트를 보내면 화려한 종이 드레스를 보내주었다.  
 


청소년, 젊은 여성 등은 이러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8개월 동안 50만개의 드레스가 배송되었다. 스콧 제지회사가 홍보하는 일회용 냅킨처럼 입다가 버리는 패션은 간편해 보였지만 이것도 ‘종이’였기에 찢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세탁은 불가능하였고 담뱃재라도 떨어지면 불붙기 쉬웠다.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에 위치한 마스 회사(Mars Manufacturing of Asheville)는 스콧 제지회사의 마케팅 캠페인에 힘입어 케이셀(Kaycel)이라고 하는 93% 셀룰로스와 7% 나일론으로 구성된 섬유로 만든 종이 드레스를 팔았다. 1969년 환경보호단체의 반대 등으로 종이 드레스는 유행에서 멀어지게 된다.  
 
8월 27일까지 전시 중이라고 하니 시원한 여름 패션을 경험하는 기분으로 콜럼버스 서클에 있는 뮤지엄 오브 아트 앤 디자인을 방문해 보기 바란다. 전시에 합당한 교육적 설명문이 더 많았으면 아트와 테크놀로지의 접목을 이해하기가 더 쉬웠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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