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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살아있는 옹이

풀어내야 할 내면의 소리가 깎이는 순간부터
 
옹이는 진물로 인내를 굳히기 시작했다
 
 
 
지워진 이름까지 미움을 뽑아내고
 


흙냄새 더운 언덕 위에 홀로 구부린 메아리의 친구
 
기댈 곳 없어 밤새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을 맞이하는
 
한둘 별이 보이는 옹이의 밤 꽂히는 쐐기도
 
쏟아지는 분도 뜯어내지 못해 진물처럼 끈적인다
 
 
 
서슬 퍼런 변질의 순환을 눈뜬 거짓 미장을
 
알면서 꺾이고 분질러지고 그 먼지까지도 엉기는
 
옹이의 상처에 찢긴 인대가 내려앉는다
 
매끈한 세월이 내려앉는다
 
감각의 말초까지 침몰하는 자연에 순응하는 저 옹이는
 
무엇을 얼마나 품고 채우고 삭히었을까
 
 
 
뜨고 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지점엔 굵고 가는
 
옹이의 밑동이 있을 뿐
 
 
 
큰 뿌리 작은 뿌리 솟은 혀
 
행여 너의 가슴에 남겨질 심층의 기억들이 아플까 봐
 
톱날 앞에서 살아있는 눈물의 모서리를 다듬는
 
둥근 옹이의 자리는 천정이 없는 푸른 바람의 언덕
 
 
 
울음이 파먹은 옹이의 흉터엔
 
가다가 돌아가고 잘렸다가 이어지는 선들의 대화 있다
 
모든 소리들이 쉬어가는 문이 없는 문이 있다
 
인내의 지문이 있다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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