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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700세대 전체 퇴거 논란…웨스트LA 배링턴 플라자

"소방안전 확보 공사 필요"
유예 종료 후 가장 큰 규모
"쫓겨나면 갈 곳 없다" 반발

700세대가 넘는 웨스트LA의 대형 아파트가 세입자 전체에게 강제퇴거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LA에서 벌어진 사상 최대 규모의 임대인 대 임차인 간 분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웨스트LA 윌셔 불러바드와 배링턴 애비뉴 코너에 위치한 아파트 ‘배링턴 플라자’의 소유회사인 더글라스 에멧은 지난 8일 712유닛 세입자 전체에게 짧게는 4개월에서 길어도 1년 안에는 집을 비워 달라는 강제퇴거 통보를 했다.
 
회사 측의 강제퇴거 이유는 건물 안전강화 공사다. 에멧은 1962년 완공된 아파트 건물에 화재가 자주 발생해 3억 달러를 투입해 스프링클러 설치 및 기타 안전확보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에멧은 일반 유닛 세입자는 4개월 뒤, 62세 이상 또는 장애인은 1년 뒤 렌트 계약이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강제퇴거 조치에 따라 세입자는 이주 지원비로 최대 2만2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배링턴 플라자 세입자들은 강제퇴거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아파트 단지에서 수십 년 이상 거주해온 이들은 현재 내는 렌트비로는 주변에 갈 곳을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UCLA 직원인 로세트 로하스는 “이곳에 34년을 살았고 여기는 내 집”이라며 “이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로하스 등 세입자들은 렌트컨트롤 법이 적용된 배링턴 플라자에 살면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렌트비를 냈다고 말했다. 이곳의 스튜디오 시세는 월 1850달러 선이다.
 
4개월 뒤 이들이 쫓겨나면 상대적으로 부촌인 웨스트LA에서 비슷한 렌트비의 집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LA타임스는 대형 아파트 세입자 수백 명이 동시에 렌트 시장에 나올 경우 주변 렌트비는 더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입자들과 권익단체 측은 에멧 측이 500세대가 넘는 세입자를 동시에 쫓아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세입자 권익단체 CES의 래리 그로스는 “에멧은 세입자들이 임시 거주할 거처를 제공해야 하고, 공사를 완료한 뒤 기존 세입자가 다시 입주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에멧 측은 LA시 소방안전 규정 준수 및 잦은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건물 안전확보 공사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에멧 측은 강제퇴거는 건물주 권리 보호법인 엘리스 법에 따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법은 건물주가 부동산 매각, 콘도전환, 대규모 공사 등을 이유로 충분한 기간을 주고 퇴거 명령을 통보하거나 이사 비용을 지급할 경우 강제퇴거를 허용하고 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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