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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물빛 자국 마다

봄비가 다녀갔나
 
검정 외투 저만치
 
코비나, 우크라이나 포탄 그 살벌한 가슴 저편
 
움트는 연두색 기척
 


 
 
언어 없이도
 
미소 얼굴마다
 
볼따구 부비는 소리
 
 
 
잎을 지나 쑤욱
 
척추 대궁이 선다
 
 
 
공해 자욱한 아픈 세상 껴안고
 
맞서는 바람에는 더 없이 수줍어
 
기댄듯 하늘거린다. 허리 내주며 엎드려 낮게 춤 출 망정
 
절대 꺾이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데
 
굽혀 공손히 인사하고 낮게 조아려
 
부드러운 흔들림 질펀하다
 
옆에서 저만치서 나란히 사이좋게
 
 
 
봄비가 디딘 그 자리
 
뿌리 동네 쪽으로 쏠리듯
 
아래로 달려간다
 
무대공연 시작
 
이제 천지가 꽃밭이다

김영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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